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2일 쉼

이종훈

8월 2일 쉼

 

휴가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쉬지 못하는 것 같다. 쉬는 휴가 중에도 더 많이 보고, 또 먹고, 더 신나게 노느라고 쉬지 못한다. 쉴 수 없는 걸까? 쉴 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쉬지 못하게 하는 걸까?

 

이집트 노예생활을 탈출한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은 축제의 규정을 제시하셨다. 그날, 거룩한 모임이 있는 날에는 “생업으로 하는 일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레위 23,8.27.35.36).” 생업에 종사하다 하루 쉬는 게 아니라 축제를 지내기 위해 일하는 것 같다. 사실 하느님도 엿새 동안 세상을 지어 만드시고 이레째 쉼으로 그 일을 완성하셨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가야 되는 그 이유도 하느님께서 지정하신 그 장소에서 합당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였다(탈출 3,12). 그분께 합당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살고, 그분 안에 쉼이 진정한 휴식이고 또 지난 시간 땀 흘려 일한 것들의 완성이다.

 

안다, 이런 주장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지게 들리는지.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고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까지 나오는 세상살이다. 하지만 하느님이 계획한 세상은 이런 게 아니다. 재화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서로 나누지 않고 서로 신뢰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리 되었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이 가져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고, 가진 자는 그 많은 재화를 어찌 할 줄 몰라 엉뚱한 곳에 써서 자신도 이웃도 헤친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으라고 요구하셨다. 하늘나라가 땅으로 내려왔다고 믿으라는 뜻이다. 죽지 않아도 안식할 수 있다. 우리를 쉬게 하시고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주시는 하느님은 결코 먼 곳에 계시지 않고 애써 힘들게 찾도록 꽁꽁 숨어계시지 않는다. 부르면 바로 곁에 계시고 믿으면 쉬게 하신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주님, 주님을 믿습니다. 두 탈렌트를 받은 이나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나 똑같이 칭찬하셨으니 분에 넘치게 일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맡기고 쉬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거기서 그만하게 일러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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