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4일(연중 18주일) 부끄럽지 않게

이종훈

8월 4일(연중 18주일) 부끄럽지 않게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돕는 가난한 사람은 깊은 감동을 넘어 그 안에 어떤 신적인 영역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을 텐데도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나를 위해서 살았고 그런 곳에 하느님은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흙에서 온 것이니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가고, 뇌 또한 육체의 일부이니 오래 쓰면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함은 당연하다.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 오래 사는 것과 영원한 생명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영원한 생명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요한 17,3).”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예수님과 형제자매가 되어 그분을 모범으로 따르는 이유이다.

 

형제와 재산싸움을 하다가 중재를 요청한 이에게 예수님은 당신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시고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고 말씀하셨다. 다 아는 것이다. 재산이 많으면 생명은 연장시킬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어서 말씀하신 비유에서 그 부자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리석었다. 때가 되면 사라 없어질 것을 그렇게 열심히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영원한 생명은 분명히 내 안에는 없다. 내 밖에 있고 저 하늘 위에 있고 이웃을 향한 마음 안에 있다. 내가 어머니 태에 잉태되는 그 순간에 이미 내 날수는 정해졌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시편 90,12)”. 하느님은 그것을 아시겠지만 나는 모른다. 그런데 몸이 사그라지는 속도를 보니 나의 날수는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요즘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면 내가 일할 수 있는 날이 얼마쯤 될지 대략 계산이 된다. 할 수 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재산과 자식이 없으니 훗날 걱정은 없고, 돌보나 안 돌보나 이 몸은 어차피 한 줌으로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열심히 돌봐 고작 한두 해 연장된 생명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 날에 하느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주어진 육체, 재능, 시간의 의미이다. 그 외에는 허무다.

 

참 좋으신 하느님, 제게 주신 수많은 축복 중에 가장 큰 축복은 당신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제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들은 대로 아는 대로 믿는 대로 사는 것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약속하신 대로 마지막 날까지 도와주시어 그 날에 주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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