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5일 연민과 신성

이종훈

8월 5일 연민과 신성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친척이며 동지였으니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허망한 죽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얼마나 무겁게 했을지 충분히 짐작한다. 그래서였을까, 예수님은 그 소식을 들으시고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배를 타고 홀로 외딴 곳으로 떠나셨다(마태 14,13).

 

하지만 사람들이 예수님의 그 마음을 알 리 없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찾아 나섰고 그분이 도착할 곳에 미리 가 그분을 기다렸다. 그분을 맞은 것은 위로나 환영이 아니었다. 가난과 아픔에서 나오는 수많은 청원이었다.

 

그런데 그 만남은 예수님의 무겁고 어두운 마음이 연민으로 바뀌는 시간이었고, 하느님이 일하시게 되는 시작점이었다(마태 14,14).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지만 그분 아드님은 땅에 계셨다. 예수님의 인성(人性)과 신성(神性)을 섞지도 나누지도 말라고 교회는 가르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도대체 참 사람이며 참 하느님이신 존재는 어떤 분이셨을까?

 

어떻게 병을 치유하셨는지 또 어떻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복음을 전하며 겪으셨을 육체적인 피로와 세례자 요한의 허망한 죽음으로 무겁고 어두워진 그분의 마음은 헤아릴 수 있다. 그런데 몸은 고단하고 마음은 무겁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자 생긴 그분의 연민은 알 듯 모를 듯하다.

 

연민,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닮은 인간의 마음이다. 사랑으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다면 연민으로 죄인들을 회복시켜 낙원으로 데려오신다. 어떻게 기적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지 말고 그분의 신성은 그분의 인성 어디에 담겨 있는지 찾아보자. 가장 찾기 쉬운 곳은 역시 연민이다.

 

예수님,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주님의 사랑은 창자를 끊는 것 같은 아픔이라서 불쌍한 이를 보면 도저히 못 본 척할 수 없는 마음입니다. 그 아픔과 그를 도와주는 수고스러움이 싫어서 애써 못 본 척하니 주님의 인성 안에 담겨있는 신성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주님도 하셨으니 저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용기 내어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 뒤를 따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십자가를 잘 짊어져서 제 안에서 구원의 신비가 드러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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