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5일 하느님의 힘

이종훈

9월 5일 하느님의 힘

 

베드로는 어부였다. 그날 그는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거기서 예수님을 만났고 그분의 말씀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의 배를 잠시 빌려 쓴 보답이었을까, 예수님은 그에게 물고기가 많은 곳을 알려주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어부였던 그가 목수의 말에 순종할 만큼 그분의 설교는 힘이 있었다.

 

과연 그는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다. 그는 놀라고 두려웠다. 그분이 하느님이신지 어떤지는 몰랐겠지만 그 신비로운 힘에 완전히 기가 눌렸던 것 같다. 하느님을 보면 죽는다고 알고 있었으니 물고기고 뭐고 자신에게서 떠나달라고 청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이사야 예언자도 하느님을 만났을 때 그랬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하느님을 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두려운 일이다. 호기심을 만족시킴이 아니라 생사가 걸린 일이다. 하느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모르지만 그분은 당신의 능력과 일로써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신다. 예수님도 당신에게 돌을 던지려는 이들에게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0,38).”

 

전능하신 천지의 창조주,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제물로 내어 놓으신 하느님을 믿음은 우리에게 완전한 자유와 깨질 수 없는 평화를 준다. 그 믿음으로 예수님과 형제가 되고 그분처럼 신적인 능력을 지닌다. 그 능력은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악을 쳐부수는 힘이 아니다. 만 탈렌트 빚을 탕감해주는 용서이고, 1시간 일한 이에게도 저녁이 될 때까지 일감이 없어 마음 졸였던 시간까지 일한 것으로 쳐 하루 일당을 주는 후함이고, 죽기 직전에 회개한 도둑에게 기꺼이 당신 집을 털게 허락해주는 너그러움이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사랑이다.

 

나는 하느님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폭력적인 세상에 동의하지 않고, 비난과 험담에 동조하지 않으며, 유혹과 위협을 끝까지 참고 견디어내겠다는 결심과 시도는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능력에서 오는 모든 힘을 받아 강해져서,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내기를 바란다(콜래 1,11).’

 

참 빛이신 주님, 주님께는 어둠이 있을 수 없어 아무 것도 감출 수 없습니다. 제 마음 속은 물론이고 제가 알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상까지도 주님께는 다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당신을 피해 어디로 도망갈 수 있겠습니까? 염치없고 뻔뻔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제 안에서 들려옵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믿으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그 사랑을, 그 힘을 믿고 다시 일어나 주님 계명 길을 따라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당신은 죄인들의 피난처이시니 그 품 안에서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바로 이런 저를 사랑하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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