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6일 완전한 변화

이종훈

9월 6일 완전한 변화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더니 ‘지금은 무인수납 중’이라는 푯말이 나를 맞았다. 청년 직원이 코앞에 있는데 손님을 응대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 그와 대화해서 조그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주문기가 저 뒤에 있었고, 어린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 앞에서 선택하고 결제하고 있었다. 셀프 주유소는 익숙해졌는데, 식당 무인주문기는 아직 어색하고 불편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참 빨리 변한다. 옛날 것이 더 좋고 편하다고 배움(?)을 게을리 하면 이제는 밥 한 그릇도 사먹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정말 로봇이 손님을 맞이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예수님의 등장은 그 시대와 권력층에 엄청난 도전이었다. 아무런 계보와 배경이 없는 한 똑똑한 사람으로 치부하기에 그분의 영향력은 두려워할만 했다. 그러나 그분은 율법 자체를 부정하거나 사회를 전복하는 혁명을 주장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율법의 본질을 제대로 해석하고 사람들이 율법의 제정자며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는 법을 가르치고 그 본을 보여주셨다. 그런데 그들은 끝까지 예수님을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억지로 그 사회에서 밀어냈다.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사회의 붕괴가 아니라 변화였다.

 

예수님도 그들처럼 하느님의 백성은 거룩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자신은 물론이고 이웃에게도 무자비할 정도로 엄격함과 철저함을 거룩하다고 이해했던 그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그분은 한없이 너그러우셨다. 그 너그러움의 끝이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원하면 생명까지 내어주실 것 같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셨다.

 

우리가 철저하고 엄격하게 실천해야할 법은 사랑의 법이고, 그 의무의 끝은 없다. 모든 사람은 세상이 자신에게 너그럽고 부족함과 실수를 이해하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믿는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속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주셨다. 그들이 바라는 그대로 해주셨다.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이 세상을 지어내셨다. 그분의 뜻을 따라 우리도 서로 사랑하며 창조사업, 하느님의 백성, 하느님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 청년은 무인주문기계를 찾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기만을 바라는 멀쩡한 한 아저씨를 안쓰럽게 여겨서 가게규칙을 깨고 나에게 말을 걸고 아이스크림 퍼주었던 것 같다. 부끄럽고 고맙다. 삶이 있고 법이 따라왔다. 그러니 삶이 바뀌면 법도 바뀌어야 한다. 옛 법은 기록물 보관소에 남기면 된다. 새 삶에는 새 법이 필요하다. 영원한 생명에는 하느님 사랑의 법이 필요하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 사랑의 법 일부를 떼다가 옛 법에 끼어 넣을 수 없다. 완전히 새로워져야 하고 깔끔히 버려야 한다.

 

예수님, 새롭고 완전한 법이신 주님, 세상은 당신 안에서 당신을 향하여 만들어져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시간과 정력낭비입니다. 결국은 당신 뜻대로 세상은 만들어질 테니까요. 무인수납기가 잘 다루지 못해도 주님의 법에는 누구보다도 빨리 익숙해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사랑법을 가르쳐주시고 그 길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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