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0일(한국순교자 대축일) 헛웃음의 대상

이종훈

9월 20일(한국순교자 대축일) 헛웃음의 대상

 

정치인들의 삭발 릴레이를 두고 그들과 지지자들은 결기라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쇼라고 평가한다.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하나뿐인 목숨이나 신체의 일부를 잘라낼 정도로 자신의 주장과 믿음이 옳다고 선포하는 이런 행동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선택하는 최후 그리고 최고의 선포 수단이다. 그들의 권력과 경제력을 감안하면 그런 행동들은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

 

한 유명 작가가 요즘은 자신의 의견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사고가 당파성에 매몰되어 있어서 그것이 정의와 진리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여론조사가 최고의 권력이 되어버린 무지몽매한 천박한 세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가짜뉴스가 진실이 되어버리고 소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오늘의 세태를 정확히 꼬집은 것 같다. 사람은 정말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진리라고 주장한다. 토론은 없고 주장만 난무하는 것 같다.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

 

김대건 신부님이 제작한 조선전도(1845)는 대동여지도(1861)보다 16년이나 앞섰다. 신부님은 조선의 복음화를 위해 외국 선교사들을 영입하고 선교하기 위해 제작했지만 그 당시 정부는 외세에 나라를 넘기기 위해 제작했다고 단죄했다. 그런데 거기에 독도(우산)가 표시되어 있어 요즘 일본의 엉뚱한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다시 주목을 받는다. 세상이란, 참, 헛웃음만 나온다.

 

차 없는 굽은 길을 운전할 때는 차선을 따르지 않고 목적지를 두고 직선으로 달린다. 그러면 중앙선의 왼쪽 오른쪽을 넘나들게 된다. 나는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지만 세상은 왼쪽 혹은 오른쪽에 있다고, 교통법규 위반이라고 혹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복음적으로 사는 것이 때로는 그들의 주장과 맞아 환영받기도 하고 반대를 받아 박해를 받기도 한다. 그것은 그들의 주장이다. 나는 내가 전해 받은 진리에 대한 믿음대로 산다.

 

그런데 과연 나의 믿음은 하느님의 말씀인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리라고 믿는 것은 아닌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는 죄로 기울이는 경향을 몸에 지닌 죄인이니까. 내가 바라고 좋아하는 대로 되면 기쁘겠지만 그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온 마음으로 바라도록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한다. 그것은 하느님이 높은 분이라서가 아니라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이것을 믿는다면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를 빼앗아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름 없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어리석은 세상을 두고 하는 헛웃음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도 그 헛웃음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보다 더 부끄러운 일은 없다.

 

예수님, 주님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그것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더 깊고 굳은 믿음을 주시면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수많은 순교자들이 저보다 못나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보았던 것을 저도 볼 수 있게 이끌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천사의 말에 ‘예’하고 대답할 때 지니셨던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신뢰를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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