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5일 가난과 힘

이종훈

9월 25일 가난과 힘

 

교회는 2천 년째 똑같은 일을 한다.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고 그분과 함께 내려 온 하느님 나라를 선포한다. 복음은 죄의 노예생활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하느님 나라에서는 모든 이가 온전해진다. 복음과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 그분의 인격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분의 마음 안에 머무르려고 노력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치유와 구마의 힘과 권한을 위임하셨다. 그것은 당신의 인격 안에 담겨 있는 신적인 능력이다. 해방과 자유, 치유와 회복, 용서와 화해가 그것들이다. 복음과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것이지만 인간을 통해서 전달된다. 예수님이 참 사람이시며 참 하느님이신 이유이며 그것을 제자들에게 위임하셨다.

  

제자들은 그런 힘과 권한을 위임받을 만한 자격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힘과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주님께 의존하고 그분께 완전히 종속되어야 했다.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말아야 했다(루카 9,3). 빼앗긴 가난이 아니라 복음과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스스로 가난해진 것이다. 온전한 의탁과 완전한 종속을 위한 가난이었다. 가난은 위임받은 그 힘과 권한을 보증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2천 년 전에 사셨던 분이라 복음서에 나오는 그대로 그분을 따르기 어렵다. 그분의 삶과 메시지를 지금 여기에 알맞게 적용시켜야 한다. 공부도 해야 하고, 자동차도 필요하고, 돈도 있어야 한다. 예수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따를 수 없기는 하지만 그것을 오늘에 적용시키는 과정에 많은 불필요한 것들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말 그대로 불필요한 것들이니 내다버려야 한다.

  

시대와 환경은 달라졌지만 세상은 여전히 하느님 나라를 목말라 한다. 이미 알려졌는데도 목말라함은 그것을 전하는 이들이 위임받은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지 못한 탓이다. 마음의 가난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외적으로 단순하지 않고 물질적으로 가난하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의 가난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마음이 가난하고 단순해지지 않으니 외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라도 가난해져야하는지 모른다. 그래야 주님이 주신 힘이 발휘되고 위임해주신 권한이 제대로 행사될 것이다.

  

주님, 마음이 가난하면 행복하고 그 자체로 하느님 나라에 있다고 가르치셨음을 기억합니다. 마음이 가난해서 힘이 솟아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힘임을 깨닫게 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돈이 없어서 주님의 일을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용기가 없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거립니다. 이런 저희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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