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8일 대사제

이종훈

9월 28일 대사제

 

하느님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사셨다. 하늘에서 땅을 방문한 손님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온전한 한 일원이 되셨다. 그분은 한 여인의 태안에서 태어나셨고 어머니의 젖을 먹고 부모의 보호와 교육을 받으셨다. 노동으로 생활비를 벌고 부모를 봉양하셨다. 사람들의 칭송과 사랑, 유혹과 모욕 그리고 죽음의 고통도 받으셨다. 그분은 정말로 우리와 함께 우리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사셨다.

 

사람이 가장 참아내기 어려운 감정이 억울함이라면 죽음만큼 큰 고통은 배반당함이 아닐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할 때 한 순간에 그의 모든 세상은 사라져 없어져버려 때로는 목숨까지 포기하게 된다. 예수님은 배신당하셨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욕스럽게 돌아가셨다. 우리가 겪는 고통 중에 그분이 당하지 않으셨던 것이 있을까?

 

부유하게 살아 온 사람보다는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더 온화하고 이해의 폭이 훨씬 더 넓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원하고 그와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털어놔도 괜찮다. 언제나 나의 말을 잘 알아듣고 나를 두둔해준다. 설령 그것이 나의 잘못이어도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가 가까운 곳에 있기를 바란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친구라고 부르셨다(요한 15,15). 그분은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을 다 겪으셨다. 스마트폰은 잘 모르시겠지만 그분이 이해하시지 못할 우리의 괴로움과 고통은 없다. 그리고 그분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유일한 중재자인 참된 대사제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시고 고통을 겪으셨지만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신다(히브 4,15). 주교님은 바쁘고 사제들은 이해의 폭이 좁고 수도자들은 한계가 많지만 예수님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들어주신다. 그리고 바랐던 대로 우리를 위로하신다.

 

예수님, 주님은 배반당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거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고야말 것이고 누가 그럴 것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계셨으니 주님의 갈등과 고통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제자들은 그걸 묻는 것도 두려워했습니다(루카 9,45). 차라리 모르고 당하시는 것이 더 나았을 겁니다. 그러니 주님이 이해하지 못하실 이야기가 없고 품어 안지 못하실 죄인은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을 낳아주셨으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어머니께 하는 것처럼 주님께 저의 모든 것을 다 털어 놓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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