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일(성녀 데레사) 비폭력

이종훈

10월 1일(성녀 데레사) 비폭력

 

방 안에서 키우던 식물 하나가 시름시름 앓더니 잎이 모두 시들어 버렸다. 뽑아버릴까 하다가 시간이 없어 그냥 두었는데 얼마 전부터 새 줄기와 잎이 다시 나온다. 아마 물을 너무 많이 줬었나보다.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

 

힘과 폭력이 만들어낸 평화는 억압이다. 목적이 선하다면 수단도 선해야 한다. 구원의 도구는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이 선포하듯이 예수님은 세상 권력의 폭력을 끝까지 비폭력으로 대하셨다. TV 드라마 대사처럼 전쟁은 쉽고 평화는 골치 아프다.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십자가의 길은 당신의 인생을 요약하며 그것이 구원의 길이었다.

 

루카 복음은 예수님의 삶을 예루살렘으로 가는 하나의 긴 여행으로 묘사한다. 사탄인지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예수님의 그 여행길을 끝까지 방해했다. 예수님도 그것들과 맞서느라 고단하셨고 마지막 시간에는 갈등하며 괴로워하셨다. 제자들은 그런 스승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스승과 함께 지내느라 세상에는 없는 하느님의 길을 따라가느라 버거웠을 것 같다.

 

구원의 길은 비폭력이다. 주님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셨다. 그분은 충실하게 당신의 방식대로 고집스럽게 구원의 길을 가셨다(이사 42,3).’ 폭력을 쓰려는 제자들은 꾸지람을 받았다(루카 9,55). 우리는 정당방위가 아니라면 어떤 형태의 폭력도 쓰지 않아야 한다. 물리적인 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언어폭력, 다수의 폭력도 우리 안에서 몰아내야 한다. 폭력은 두려움의 표현이란다. 전능하신 하느님을 믿는다면, 의로운 이들의 부활을 믿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하나? 두려워할 것이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뿐이다.

 

구세주 예수님, 주님이 보여주신 길은 지루하고 고달파서 힘을 써서 쉽게 해결하려는 유혹을 받고 또 실제로 그것에 넘어지기도 합니다. 진리는 하나이고 구원의 길도 하나입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패배와 실패로 보여도 그것이 주님이 가셨던 길임을 굳게 믿고 계속 끝까지 갈 수 있게 은총을 베풀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안에 있는 모성(母性)이 더 자라나 제안의 폭력성을 비롯해 마주하는 폭력들을 품어 안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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