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텔의 선물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 여기가 바로 하늘의 문이로구나.” (창세28,17)
하루를 여는 상큼한 새벽빛과 풋풋한 생명의 봄 뜰을 그리며
입춘이 지난 거리로 나섰습니다.
겨울 끝자락에 있었던 뿌연 침묵의 그 아침은 유난히 추웠고,
사각사각 내리는 진눈개비로 길은 미끄러웠습니다.
허둥지둥 어두컴컴한 성당을 들어섰을 때,
그제야 저는 새벽미사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아직 날이 밝기에는 이른 시각,
모처럼의 계획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린 것 같은 허탈함으로
아무도 없는 어두운 성당에 들어가 가만히 성체 앞에 앉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았던 저는 조심스럽게 사진기를 꺼내어
손 삼각대를 하고 마음의 빛 조각들을 담고 또 담았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타고 조용히 내리던 새벽빛은 어느새
성체 앞과 딱딱한 장궤틀 위에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봄빛을 뿌리며 춤을 추었습니다.
여기, 그 신비스러운 빛과 그림자들의 이야기를 이아침 나보다 먼저 와 계신
그분을 만난 기쁨과 떨림으로 담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박영숙 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