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대림 3주일, 12월 17일)
차 한 잔 마시며 무심히 TV를 시청하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크게 웃은 적이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프로가 그렇게까지 웃기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웃었는데도 마음은 반대로 더 허전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요즘은 웃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 걱정 없이 살아도 되는데도 기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기쁜 소식, 복음을 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어디서 기쁨을 찾는지 새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사순절이 참회와 보속의 시간이라면 대림절은 기대와 설렘으로 구세주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가 가져다 줄 선물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마음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 위해서 다른 때보다 부모님 말씀 잘 들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이렇게 기쁜 기다림이 대림절의 정서라고 하겠습니다. 선물은 구세주 메시아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참으로 기쁘게 해주십니다. TV를 보고 그렇게 크게 웃은 만큼 마음이 더 허전해지는 가짜기쁨이 아니라, 온 마음을 무엇인가로 가득 채우고 넘쳐 온 몸으로 퍼져 나가는 참 기쁨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그렇게 기쁘게 해주십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사랑해서 그분의 말씀을 새기고 그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기쁨입니다.
예수님은 기쁘셨습니다. 이사야는 구세주 마음과 기쁨을 미리 내다보며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신랑이 관을 쓰듯, 신부가 패물로 단장하듯, 그분께서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히시고, 의로움의 겉옷을 둘러 주셨기 때문이다(이사 61,10).” 비록 고단하게 사시고 권력자들이 당신께 도전하고 위협해도 당신 자신은 아버지 하느님의 뜻대로 사셨기 때문에 기쁘셨습니다.
예수님은 고단하셨지만 기쁘게 사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곧 그분의 삶이었으니 그분의 양심은 자유로우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양심 안에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양심대로 사는 사람들이 겪는 불이익과 고통을 우리는 잘 압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그들을 비난하지만 결코 밝은 곳에서 그들에게 도전하지는 못합니다. 그들의 행동이 옳고 자신은 그렇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거나 그런 기사를 접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희망의 빛을 본 것 같아 기쁩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그분들의 빛에 자신을 비추어보게 됩니다. 그분들은 예수님의 빛을 반사하고 있습니다. 양심치과, 양심가게, 양심선언 그리고 더 나아가 약자들을 보호하고 보살피자는 외침은 예수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이사 61,1-2; 루카 4,18-19).” 이것이 구세주 예수님의 선교사명이었습니다. 양심적으로 살고, 약자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따뜻한 세상을 외치는 사람들은 고단하게 삽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유롭고 기쁘게 살며 하느님의 선물을 받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그 선물을 받아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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