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9월 8일(동정 마리아 탄신축일) 때를 아는 평화

9월 8일(동정 마리아 탄신축일) 때를 아는 평화

 

초짜 도시 농부는 이웃집 농부 할머니에게 작물을 심는 날짜를 물어보지만, 그 할머니는 그 날짜 대신 그 때를 알려준다. 유채꽃이 필 때, 어떤 나무가 어떻게 변하기 시작할 때가 바로 그때라고 알려준다. 그래도 그 도시 촌놈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 때가 며칠이냐고 자꾸 묻는다. 보면 그냥 알 것을.

 

하느님은 때가 차자 한 여인을 준비하셨고, 한 남자에게도 그 여인에 관한 일을 알려주셨고, 그들의 동의를 구하셨다. 그 날짜가 되어서가 아니라 당신 구원 계획에 동참할 합당한 그 두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기 때문은 아닐까? 하느님의 아들을 키워줄 수 있는 그 두 사람이 만나기를 기다리셨을 지도 모른다. 그들이 나타나고 그들이 만나는 때가 바로 그때였을 것 같다. 

 

시간은 하느님 같다. 때가 되면 한 생명이 태어나고 때가 되면 죽는다. 그 때는 오직 하느님만이 아신다. 생명은 오직 하느님만의 영역이다. 첫 인간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은 생명나무열매도 따 먹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생명은 그저 신비일 따름이다. 그 때를 아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농사일은 자연이 보여주는 때를 읽어내면 되지만 우리 삶과 구원의 때는 어디서 무엇을 보고 알 수 있을까?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콜로 1,15)으로 하느님의 이콘이셨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사셨고, 또 불의하게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셔서 오늘도 그리고 세상 마지막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신다. 그분은 임마누엘이시다(마태 1,22). 하느님의 그 시간표에 나 자신을 얹어 놓을 수만 있다면 그 때를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느님의 시간에 나를 맡길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이 그분 손에 있음을 믿는다면,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겠지만 나는 평화로울 것이다. 

 

“주님, 저는 도인이 아니라 

자연의 운기를 잘 읽지 못하고 

신비가가 아니라서 

하느님의 시간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하느님의 시간표에 맞춰 살고 싶습니다. 

이제껏 저의 시간표는 제대로 맞지 않았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다치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주인이시기  

시간도 당신의 것입니다. 

생명도 당신의 것이니 

저의 시간도 당신의 것임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을 믿고 따라 평화롭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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