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12월 30일(성탄 팔일 축제 제6일) 흔들리는 갈대(+MP3)

나해 12월 30일(성탄 팔일 축제 제5일) 흔들리는 갈대

 

한나 예언자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며 성전에서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6-37). 그런 그는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님을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것은 어쩌다 얻은 행운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 온 그가 그분을 알아본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루카 2,38).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 당 이스라엘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지배를 받고 있었고, 백성들 대부분은 권력자들의 폭정에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무엇을 애타게 기다렸는지 잘 안다. 역사를 뒤돌아봐도 그렇고 지금 우리의 현실을 통해서도 그렇다. 신규 확진자 숫자가 줄었고, 강력한 치료제가 나왔으며, 안전한 백신 접종이 작됐다는 소식을 기다린다. 장은 활기를 되찾고 마음 편히 성당에 가게 되기를 바란다. 그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날은 반드 온다. 문제는 기다림이다.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는 것 같다. 그날이 온다는 확신에 의심이 슬그머니 끼어든다.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며 조용히 기다리면 되는 줄 알면서도 그 기다림이 지루해지고 답답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믿는 이는 미래의 구원을 이미 선취했다지만 인간의 본성적인 약점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정말 흔들리는 갈대다.

 

아마 한나 예언자도 우리 같았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을 수 있나.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우리의 믿음도 불완전하다. 우리의 믿음에는 언제나 불신이 함께 있고 우리의 희망 안에는 불안이 드리워져 있다. 한나 예언자도 우리처럼 흔들렸겠지만, 다 마음을 다잡고 기도하며 믿음을 굳건히 희망을 새롭게 했을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는다(1요한 2,17). 마라나타(1코린 16,22)!

 

예수님, 저희가 당신을 주님이라고 불렀으니 주님은 저희를 구해주십니다. 주님은 간이 없는 곳에 계지만 저희는 간 속에 붙잡혀 있으니 기다려야 합니다. 관심 끌기 좋아하고 잘난 체 하는 이들이 떠들어대는 바람에 자꾸 마음속이 어지러워집니다. 주님 어서 오어 저희를 구하여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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