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우리의 호렙산
호렙산은 모세가 처음으로 하느님을 만난 곳이다(탈출 3,1). 그 때는 이집트의 왕자였던 그가 한낱 양치는 목자로 전락해서 여느 때처럼 양을 치던 시간이었다. 또 그 산은 위대한 예언자 엘리아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곳이기도 하다(1열왕 19,1-18). 그 때는 엘리야가 바알의 예언자들을 모조리 죽인 사건 이후에 이제벨이 그를 죽이려고 하자 도망치다 지쳐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절망하던 시간이었다. 하느님을 만나는 곳은 세상에서 실패하는 시간이요 세상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때인가 보다.
알폰소 성인을 비롯한 많은 성인들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던 때도 그와 비슷했다. 반듯하고 충실한 청년 변호사 알폰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세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세상에 환멸을 느껴, 자신이 지녔던 귀족의 특권을 버리고 방황하던 시기에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그 이후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됐다.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겪어낸 사람들이 뜻밖의 것을 선택하거나 인생을 바꾸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예수님에게 가장 큰 고통은 당신의 말씀 듣고 기적을 목격하고도 회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했던 근본 동기였던 아버지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였다. 그분은 십자가 위에서 울부짖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그분에게 가장 큰 고통은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절망 속에서 그분은 하느님을 찾으셨다. 그리고는 평화 속에 숨을 거두셨다. 그분은 그렇게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셨다(요한 19,30).
하느님의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니 주위가 어두워졌기 때문에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빛은 그 전부터 계속 비추고 있었으니까. 고요해져야 들을 수 있고, 주변이 어두워져야 비로소 보인다. 세상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것 같을 때, 하느님이 자신을 버렸다고 느낄 때, 바로 그 때가 참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인가 보다. 그 때가 우리의 호렙산인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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