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3월 22일(사순 4주일) 하느님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

3월 22일(사순 4주일) 하느님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

 

요즘 국이 그래서인지 유머 메지나 좋은 영상들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려운 간들을 그렇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걸 거다. 마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터널이 아무리 길어도 끝이 있다지만 그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당연한 그 말도 안 믿어진다.

 

오늘 전례의 주제는 빛인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보지 못하던 어떤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 볼 수 있게 된다. 그는 이름도 밝히지 않는 작은 사람 중에 작은 사람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기적이 일어나는 과정이 주목받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상대적으로 아주 짧고 밋밋하게 서술되어 있다(요한 9,6-7). 그도 그럴 만한 게 예수님은 환자를 보지도 않으고 마음만으로도 치유하셨다(루카 7,1-10). 그 대신 빛을 보게 된 그가 그 이후에 겪는 일들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는 증언하고, 도전받고, 모욕과 멸도 받는다.

 

철학 간에 진리는 뻔한 거라고 하신 교수님 말씀이 생각난다. 진리는 복잡 미묘하고 신비한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아주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증언했다. 전에는 맹인이었지만 그분을 만나 하라는 대로 했더니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에게 이보다 더 명확한 것은 없다. 이것은 그에게 진리 같은 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치유하신 분을 죄인이라고 판결하고 그 사람을 죄 중에 태어난 주제에 그런다고 모욕하고 내쫓아버렸다(요한 9,34). 그는 단순해서 평화로웠는데 다른 이들은 복잡하고 억지를 부려 화가 많이 났다.

 

그런데 그는 그런 도전과 모욕을 받아 내쫓긴 덕분에(?) 예수님을 다 만나게 되었고(요한 9,35), 살아계신 하느님을 직접 보게 되었다. 믿게 되었다. 하느님이 그를 찾아오셨다. 그런 기적을 선물 받았을 때는 그분을 참 고마운 분, 예언자로 여겼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그분이 구세주이심을 알게 되었다. 도전과 박해를 받지 않았다면 은혜도 받지 못했을 거다. 그는 작은 사람답게 그 과정에서 끝까지 단순했고, 그 단순함이 박해하는 이들의 오류와 잘못을 드러냈다. 역 십자가의 길은 구원의 길이고, 진리와 하느님께 가는 길이다.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저희는 어둡고 참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무신론을 더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마귀의 농간이라고 하는 종교인이 있고, 더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련이라고 말하는 열심한(?) 신자가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가짜 뉴스를 퍼뜨려 더 혼란스럽게 하고 이를 돈벌이 기회로 삼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가 이런 재난을 만들었고, 누구 때문에 온 나라가 전염되었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그 이상한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제가 분명히 아는 건 우리 모두 원치 않는 고통을 당하고 그 끝도 안 보이는 것 같아 우울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짙은 어둠 속에서 여기저기서 작은 빛들이 켜지고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작은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은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죠? 눈물이 핑 돌고 코끝을 찡하게 하는 그들은 참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을 닮았습니다. 주님 말씀처럼 누구의 죄도 아니고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려고 지금 이러는 거라고 믿습니다(요한 9,3). 비난이나 단죄 그리고 투쟁이 아니라 그 작은 빛들이 모여 이 어둠을 몰아낼 겁니다. 저도 그 작은 빛들의 모임에 제 작은 빛도 보태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큰 손으로 수고하는 이들을 지켜주고 위로해주소서. 그리고 자신에게도 작은 빛이 있음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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