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0월 25일 사랑하는 이와 살기

10월 25일 사랑하는 이와 살기

 

한 사람을 사랑함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먼저 그와 함께 있고 싶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내어주고 또 거기에 그의 것을 나누어 받는다면 참 기쁠 것이다. 그렇게 내어주고 나누면서 그와 하나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이 악한 일이 아니라면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하며 도와줄 것이다. 그가 흔들리면 잡아주고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잠 옆에 조용히 앉아 그가 다 일어나 걸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가 그른 길을 가면 침묵으로 조용히 그러나 아프고 무겁게 반대할 것이다.

 

  

등이 굽은 팔십 노모가 지팡이를 짚고 밭으로 간다. 나무껍질 같은 손등과 손가락 마디가 제멋대로 다 틀어진 손으로 호미를 잡고 밭을 일군다. 콩, 감자, 고추를 수확할 기쁨에 가득 차 있다. 그것들은 모두 도로 떠난 자녀들에게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벌레 먹은 쭉정이 콩만 비벼 까먹으며 잘생긴 놈들만 잘 골라 자루 자루 모아 놓았다. 그게 그렇게 기쁘단다. 그런 콩, 감자, 고추를 받아 잠나마 가슴 뭉클하게 눈물 흘리는 이는 그것들을 먹을 자격이 있다. 그것들을 귀찮아하는 이들은 자신의 영혼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다. 그 노모의 몸은 참으로 그리스도의 성체를 닮았다. 

 

  

나의 하느님은 당신을 내어주신다. 아무 때나 나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실 권리가 있지만 그분은 기다리신다, 내가 초대할 때까지. 그분은 고향친구처럼 그리고 오래 타서 트색이 다 바래버린 자동차처럼 정겹고 편안하게 있는 듯 없는 듯 내 안에서 사신다. 일이 잘 되어 기쁠 때는 뒤에서 빙그레 웃고, 넘어져 실패하고 아플 때는 가장 먼저 내 앞에 나타나신다.

 

  

하느님은 사랑이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 이 사랑의 불을 지르러 오셨다(루카 12,49). 등이 굽을 때까지 봉사하지는 않으셨지만 그 대신 당신 자신을 제물로 내어 놓으고 작은 빵으로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당신을 남겨 놓으셨다. 이것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산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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