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 파라오 목욕탕, 광야, 르비딤 골짜기

파라오 목욕탕

 

한참이나 사막을 달리던 버스는 휴게소로 들어갔다.

대충 보기에도 질이 낮은 옷가지와 물건들이 있었고

몇 종류의 음식과 음료수를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회벽칠을 한 재래식 화장실 앞에서

아랍인 남자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휴게소 옆에 있는 모스크의 계단에 사람들 몇이 앉아 여행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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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나 얼굴빛은 달랐지만, 우리나라 시골에서 한가한 노인들이 양지쪽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사는 것은 어디나 본질에서는 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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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막을 달리던 차는 점심을 먹기 위해 바닷가에 멈췄다. 

그곳 바닷가에서는 유황성분이 있는 온천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해변에 인접한 바다에서 온천이 솟아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개발하여 이 지역 전체가 온천장이 되었을 텐데

여긴 그냥 자연으로 방치되어 있어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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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 목욕탕이라고도 불린다는, 유황 특유의 냄새가 감도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푸르디푸른 홍해를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점심은 카이로에 사는 교민이 준비해 준 한식 도시락이었는데

한국에서도 보기 여러울 만큼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고기와 야채, 하얀 쌀밥,

게다가 후식으로 과일 몇 조각까지, 맛있고 다양한 반찬과 밥에 모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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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문 모래사장 뒤로는 험한 암벽이 병풍처럼 막아서 있었다.

그런데 바위 귀퉁이마다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몇십 년 전의 우리나라 모습일 것이다.

모이세는 점심을 먹고 나자 음식 쓰레기들을 모아 바위틈에 갖다 두었다.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나를 보고 모이세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게 이집트예요.”

사막에 부는 바람이 그것들을 처리할 거라면서 차에 올랐다.

 

광야

 

우리가 탄 버스는 점차로 홍해를 뒤로하며 광야 길로 들어섰다.

오전에는 그저 뿌옇거나 누렇게 펼쳐지던

사막은 점차로 시나이반도에 가까이 갈수록

검붉고 험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광야로 변해 갔다.

희귀한 모습을 지닌 바위와 다양한 색깔의 모래로 이루어진 광야는

정말이지 묘한 매력으로 마음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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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끝도 없이 펼쳐지는 험하고 황량한 광야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장엄함과 고적함이 함께 하는 강렬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암벽 사이로 드문드문 메마른 가지를 지닌 시딤나무과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외에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는 광야를 지나다가 해가 저물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또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바위만 널려 있는 삭막한 벌판에서

밤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날 들짐승을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일었다.

그렇구나. 이런 광야에서 사람이 제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겠구나.

오로지 하느님께 부르짖는 것 외에는.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의 백성을 사막으로 이끄셨을 것이다.

당신의 백성들에게 오로지 당신만을 믿고 따르는 것이 살길임을 알려주시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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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사막의 시기가 있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어 모든 것을 부정하고

나 자신마저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시간이, 그때야 나는 하느님을 찾으며 부르짖었다.

하늘 아래 내가 찾아갈 곳이 그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메마른 내 안 깊숙한 곳에 고요함으로 자리 잡고 계신 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광야의 모습에 모두 마음을 빼앗긴 듯 차 안은 조용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보내주신

친 광야로 들어섰다.

해가 점점 기울어 광야의 바위와 둔덕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할 때쯤

건조한 돌산이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높은 산자락 아래 한적하고 넓은 평지가 드러났다.

푸른 종려나무와 유목민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르비딤이라고도 불리는 파이란 계곡이었다.

르비딤은 종려나무 같은 열대식물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베두인들의 마을이 있는 커다란 오아시스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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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유랑하다 지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근처에 이르러 모세에게 먹을 물을 달라고 졸랐다. 

모세가 하느님께 기도하고 바위를 쳐서 물을 샘솟게 하여 백성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해서

‘마싸와 므리바’라고 불렸다는 곳이다. (탈출기 17, 1-7)

우리가 보고 있는 종려나무 숲 뒤 바위산 어딘가에

모세의 지팡이가 닿은 곳에서 물이 솟아 나온 장소가 있을 것이었다.

 

우리가 탄 차는 마을 근처에 섰다.

차에서 내린 모이세는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모이세의 뒤를 따라 가쁜 숨을 쉬면서 산을 오르는 우리를 보고

마을에 사는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원달러를 외치며 줄기차게 뒤를 따라왔다.

우리는 르비딤 골짜기 전체가 바라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주변으로 험한 산이 보이고

대추야자와 종려나무 숲에 싸인 르비딤 골짜기가 눈 아래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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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르비딤 골짜기는 또한 아말렉족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쟁을 걸어온 곳이기도 하다.
그때 모세는 여호수아를 싸움터로 보내고 자신은 아론과 후르와 함께 산 위로 올라와
양팔을 들고 야훼께 기도하여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끌었다. (탈출기 17, 8-13).
그때부터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하는 자세가 기도이며 간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아론과 후르의 도움을 받아 기도의 끈을 놓치지 않은 모세처럼
공동체적인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성경에 나오는 전투 외에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메마른 광야에서 유일하게 푸른 숲과 물이 있는
유일한 녹색 지대인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부족 간의 싸움이 자주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산 위에서 이곳저곳 골짜기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동안
우리를 따라온 아이들이 몇 개의 목걸이를 놓고 좌판을 벌였다.

나를 따라오면서 싹싹하게 잘 웃던 여자아이가 ‘원달러’를 외치며 까만 손을 내밀었다.
내가 자기를 모델로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면서..
어쩐지, 처음부터 이상한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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