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빵의 기적 기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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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타브가(TABGHA)라고 불리는 빵의 기적 기념성당이었다

 

타브가라는 이름은 일곱 개의 샘이라는 뜻의 희랍어 ‘헤프다페곤’을 아랍어로 옮긴데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히브리어로는 ‘엔 세바’라고 하는데 원래 물이 많이 나는 곳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배불리신 기적을 행하신 것을 기념하는 성당이

이곳에 처음 세워진 것은 350년경이었다.

 

그 뒤, 5세기경에 다시 비잔틴양식의 성당을 지으면서 예수님의 기적과 관련된 바위를 새 제단 아래로 옮기고

제단 주위를 모자이크로 장식하여 성당을 지었는데 614년 페르시아와 637년 이슬람의 침공으로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그 뒤 1300여 년이 지난 1982년에 독일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복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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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편이 널찍한 녹지대로 가꾸어진 길을 따라가서 베네딕도 수도원 소속의 넓은 정원으로 들어서니 

초세기 때 사용하던 연자방아와 우물터가 있었다.

5세기 비잔틴 양식 성당을 그대로 복원해 냈다는 성당의 내부 장식은 단순하고 분위기는 조용했다.

우리는 제대 앞으로 다가갔다.

 

제대바닥에는 예수님께서 빵과 물고기를 놓고 기적을 일으키셨다는 바위 일부가 드러나 있었다.

그 앞으로 5세기경에 만들어진 빵과 물고기의 모자이크가 있었다.

빵과 물고기의 모자이크 문양이 눈에 익었다.

생각해 보니 전에 성지순례를 다녀오신 수녀님께서 이 문양을 한 작은 초 받침을 선물로 주셨었다.

그때는 그 그림이 이렇게 유서 깊은 것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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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넓은 평야였던 이곳으로 예수님을 찾아온 많은 사람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취하여

일어날 시간도 잊고 있을 때 주님께서는 그들의 가난한 마음과 몸의 상태를 알아채시고

모인 사람에 비해 턱없이 작은 물고기와 빵으로 모두를 먹이셨다.

예수님 곁에서 그분의 말씀만으로도 구원을 체험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적 육적 필요를 채워주시는 주님의 사랑 안에서 큰 안심을 느끼면서

서로서로 빵을 떼어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욕심 없이 가진 것을 나누는 소박한 나눔으로 천국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 옛날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기적, 두 마리의 물고기와 다섯 개의 빵으로

오천 명을 배불리신 기적(마르 6,36-44 ; 마태 14,13-21 ; 요한 6,1-6)을 나타낸 그림에

빵이 네개 밖에 없었다.

그림이 잘못된 것은 아닐 텐데 싶은 생각에 눈길을 돌려 제대를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예수님은 매일의 미사 때에 제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성변화를 통해 생명의 빵이 되어 오신다.

그래서 제대아래 모자이크로 새겨진 네 개의 빵은 그리스도의 몸인 제대와 더불어 다섯 개가 되는 거구나.

이처럼 깊은 성체교리가 초세기 때부터 오늘 나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이름답고 위대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전통 속에 불림 받았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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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봉헌되는 미사성제를 통해서 지금도 “빵의 기적”은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빵이 되신 예수님처럼 나도 누군가를 위해 빵이 되도록,

그리하여 순수한 누룩처럼 부푸는 사랑이 되어 이 세상에 아버지의 나라가 이루어지도록

불림 받았음을 의식하게 해주는 장소였다.

빵의 기적은 사람의 육체적인 배고픔을 채우는 것으로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메시아의 오심으로 인간의 영적 갈망이 채워지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예수님과 함께 있을 때 나는 가난하지 않고 걱정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그것이 진정한 채워짐이기에.

인간의 굶주림을 채우는 진정한 빵, 살아계신 주님.

 

팔레스티나 지역에 남아 있는 비잔틴 교회 유적 중 특별히 아름다운 작품으로 알려진

이집트풍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빵과 물고기의 모자이크 앞에서 한참을 묵상에 잠겨있었다.

성당의 다른 편 바닥에 호수지역의 새, 물고기, 짐승, 꽃들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있었는데

제대 앞에 있는 빵과 물고기의 문양에 열중하다가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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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체적으로 장식이 없는 초세기풍의 조촐한 성당에

성베네딕도 성인이 교회건물을 봉헌하는 모습과

예수님, 그리고 성모자를 그린 이콘의 채색이 너무도 선명해서 다소 생소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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