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쓸데없는 것들
장을 볼 때는 언제나 사야 할 것들을 적어간다. 그리고 언제나 그 목록에 없었던 놈들도 장바구니 끼어들어온다. 그것들이 필요한데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믿게 돼서 산 것들이다. 물론 그 믿음은 거짓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회하고 자책하면서도 또 그런다. 유혹이 센 건지 내가 바보 같은 건지.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다양한 물건들 앞에서 그 바람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단출하게 살아야 쓸데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장바구니에 끼어들어온 놈들은 포장도 뜯지 않는 채 선반 위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쓸데가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마음을 써야 할 데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너무나 마음을 쓰셨던 바람에 보이면 안 되는데 우리에게 당신을 보여주시고 말았다. 하느님은 경계를 넘어 들어오셨다. 우리가 얼마나 불쌍하면 그러셨을까? 우리는 당신에게 별로 쓸데가 없을 것 같은데 ….
하느님은 어떤 부잣집 문간에서 구걸하던 라자로를 기억하셨다. 아니, 너무 불쌍해서 한시도 잊을 수 없으셨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가 죽자 그를 당신 품에 안으셨다(루카 16,22). 이름도 없는 그 부자는 쓸데없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 하느님을 그리고 자기의 영혼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쓸데없는 것들이 유혹해도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그것들에 무심하자. 아직도 하느님을 잘 모르는 것은 지식이 부족해서도 기도가 모자라서도 아니다. 가난한 이들, 울고 있는 이들에게 마음과 몸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집 문간에서 고통 받는 이도 발견하지 못하던 이가 하느님을 알아볼 리가 없다. 하느님을 잊어버리니 마지막에 자기 영혼도 잃어버리게 됐겠지. 나에게도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예수님,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 계시겠다고 말씀하셨으니 기도와 활동보다는 거기서 당신을 더 생생하게 뵙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쓸데없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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