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1월 9일(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11월 9일(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로마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들이 많다. 그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고, 그곳은 늘 관광객들도 북적거린다. 그래서인지 그곳은 관광지이기 이전에 성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곳은 기도하는 곳이고 성찬례를 봉헌하는 곳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특별한 장소이다.

 

그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보다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성찬례가 그리고 그 예식을 주례하는 사제와 황금성작보다는 그 안에 담겨진 것들, 성체와 성혈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그곳을 거룩한 공간이 되게 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물질은 참으로 보잘 것 없고 그것들이 변화되는 과정은 지극히 단순하다. 고작 동전만한 빵과 한 모금의 포주와 물로 두고 사제가 경문을 읽으면 된다. 그게 전부다. 성전의 규모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룬다. 그곳이 성전이 되게 하는 것들은 지극히 단순하다.

 

삶은 복잡하지만 생명은 아주 단순하다. 작은 빵과 포도주가 영혼의 양식이 되고 작은 공간에서 죄의 용서가 선포된다. 그 행위는 아주 단순하지만 그것을 먹고 듣는 이들을 살린다. 천사가 에제키엘에게 보여주었던 것은(에제 47,1) 세상 곳곳에 있는 대성전들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쏟으신 예수님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분을 빵과 포도주로 아주 쉽게 만난다. 그리고 생기를 되찾는다.

 

예수님, 오늘은 주님을 지독히 사랑했던 알폰소 성인이 수도회를 세운지 287주년 되는 날입니다. 성인은 가장 작은이들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 사랑했습니다. 삶은 복잡하지만 사랑은 단순합니다. 가장 작은이들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지켜 주님에게서 떨어져나가지 않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단순한 주님의 가르침을 끝까지 지키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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