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2월 19일 온 힘을 다해

12월 19일 온 힘을 다해

 

장례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고인의 죽음은 나의 일상을 깨고 정돈된 나의 계획을 흩어 놓는다. 성탄을 한 주 남긴 바쁜 일정 중 쉴 수 있는 그 하루를 그분이 차지하셨다.

 

내가 당신 근처에 와 있다는 것을 아셨는지, 아니면 그분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마침 내가 이곳에 오는 날 나를 부르셨다. 그분은 눈을 번쩍 뜨고 계셨다. 간호사가 불빛을 비추어보지만 반응하지 않자 의식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병자성사 예식을 했다. 고해성사는 할 수 없으니 참회예식 중 사죄경을 하며 손을 머리에 얹자 그분이 미동을 했다. 반응을 보였다. 가족들도 놀랐다. 그 이후 기름을 바르자 치켜뜨고 있던 눈을 감으셨다.

 

예식이 끝난 후 몇 분 후에 그분은 숨을 거두셨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은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눈을 치켜뜨고 계셨던 거다. 사제를 기다린다고, 이제 하느님 앞에 가야 하니 도와달라고. 지나칠 정도로 교회에 충실했던 그분은 그러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제 당장 하느님을 만나 봬야 하는 당사자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하느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겠지만 그분이 그렇게 바라니 나를 불러 세우셨겠지.

 

뼈만 앙상하고 의식도 없는 가운데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그분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분은 자신이 기다리고 있음을 그렇게 표현하셨다. 그분은 대림 기간을 그렇게 보내시고 우리보다 조금 앞서 성탄절을 맞이하신 셈이 됐다. 엉성한 기도문과 기름 묻은 솜이면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하느님은 참....

 

주님, 고인은 제게 마지막으로 좋은 선물을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온 힘을 다해 주님을 기다리고 준비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고인을 당신의 나라에 받아들여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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