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3월 29일(사순 5주일) 밝은 데로

3월 29일(사순 5주일) 밝은 데로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은 죽음이다. 모두가 겪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죽음은 캄캄한 밤이다.

 

죽음만큼이나 캄캄한 것이 절망이다. 살아 있는 게 고통이라고 여겨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옳은 선택이 아니니 절망은 인생의 가장 큰 유혹의 시작이다. 소죄가 모여 대죄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걸 방치하면 대죄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불평, 푸념, 체념, 낙담, 험담, 비난 등이 잦아지면 절망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꾸 그러면 앞이 점점 더 캄캄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다.

 

기술자나 전문가와 함께 일하면 늘 환하다. 저걸 어떻게 하나 고민했던 것이 그들에게는 단순 작업이다. 땀과 시간만 필요할 뿐이지 그들에게 그건 고민거리가 아니다. 진리 안에 사는 사람이 이러할 것이다.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 혹은 하느님의 영이 그 안에 사는 사람에게는 어둠이 없어 늘 환하다. 밤길도 야간투시경을 쓰면 환한 것처럼, 그런 사람은 모두가 낙담해도 길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육체적으로 피곤해도 마음은 어둡지 않다. 그렇게 산다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죽음도 잘 맞이할 것이다.

 

예수님과 함께 살고 예수님이 그 안에 사시는 사람에게 삶은 언제나 대낮이라 넘어지지 않는다(요한 11,9). 그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의인들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고(지혜 3,1), 의인들은 영원히 살며 주님께서 그들에게 보상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들을 보살피신다(지혜 5,15). 사실 본래 인간은 하느님을 닮아 불멸의 존재로 창조되었다(지혜 2, 23). 그러니 믿지 않는 이에게 삶은 고통이겠고 믿는 이에게는 행복이고 희망이 생겨나는 자리이다.

 

예수님, 주님은 절대 희망이십니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이의 삶이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는 자리가 되게 하셨고(요한 9,3), 죽은 지 나흘이나 된 절망의 상징인 냄새나는 절친 라자로의 무덤 문을 열고 그를 부르셨습니다(요한 11,43). 그때 그러셨던 것처럼 오늘 여기에서도 똑같이 저희를 부르십니다. 밝은 데로 나오라고, 잠시 눈을 감고 희망의 빛을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힘들어도 짓눌리지 않고, 어려워도 어두워지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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