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친구 예수님
한 주민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경비원 아저씨의 장례식 소식을 봤다. 참 마음 아프다. 인간은 생명의 주인이 아니고 관리자라서 자신의 생명이라도 자기 맘대로 하면 안 된다지만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오죽했으면,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비참하고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지 이해한다. 나도 이해하는데 하느님은 얼마나 더 깊이 공감하시겠나.
미안함과 함께 억울함이 느껴지고 이어서 분노의 화살이 그 주민에게 향한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잠시 잊고 싶다. 고인의 가족들은 그가 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모든 걸 용서하겠노라고 했지만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그는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세상이 무서워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인터넷에 접속하기도 두려울 것 같다. 참 안쓰럽다.
살면서 좋은 친구 세 명만 얻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거칠고 진실한 우정을 맺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건 하느님이 잠시 육체의 옷을 입고 깜짝 쇼를 한 것도, 사람인 척 하고 우리들과 함께 사셨던 게 아니다. 그분은 철저히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셨다. 배고픔, 슬픔, 두려움, 분노, 유혹 그리고 고통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겪는 모든 걸 똑같이 겪으셨다. 십자가에 달려 계신 주님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그래서 그분은 나의 진정한 친구가 되실 자격이 있다. 그분은 그 모진 고통을 겪으신 후 하늘에 올라 우리를 지켜보고 감시하시는 게 아니다. 그분은 우리의 말뿐만 아니라 말로 제대로 표현 못 하는 슬픔과 고통까지 다 알아들으신다. 주님은 참 좋은 그리고 진정한 나의 친구다. 우리는 자신이 겪는 고통과 억울함을 예수님이 겪으신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음을 아는 데도 자기 것이 제일 큰 것처럼 생각한다. 겉으로는 함께 살지만 실제로는 인간은 철저히 혼자 살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그와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다. 그런 내 안으로 그분은 들어오실 수 있다. 내가 문을 열어드리면 말이다.
그런 우리들, 외로운 우리들을 예수님은 친구라고 부르셨다. 수평보다는 수직관계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하느님을 친구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주님의 말씀을 믿는다. 그분은 외로운 인생길에 길동무,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신다. 그 경비원 아저씨에게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자신의 비참함과 억울함을 다 쏟아낼 수 있었을 것 같고, 죽기보다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사는 길을 찾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그 주민에게 그런 친구가 절실한 시간이다. 용기 내어 집 밖으로 나오고, 자기 밖으로 나와 용서를 구해야 살 수 있다. 하느님은 사람이 되시어 사셨고,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신 그분은 이제 모든 사람들 안에서 사실 수 있고 그러기를 바라신다. 우리 인생길의 길동무, 진정한 친구가 되신다.
예수님, 주님의 인생 이야기는 옛날 얘기거나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와 우리 이야기입니다. 주님은 제 기쁨을 나누시지만 슬픔과 고통 중에는 저와 완전히 하나가 되십니다. 제 슬픔과 고통을 없애주실 수는 없겠지만 주님은 저를 위로하고 격려하시며 견딜 수 있게 해주시고 살게 해주십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지만(사도 4,20), 저는 믿는 것을 말합니다. 믿을수록 주님은 제 곁에 더 가까이 계십니다. 제게 믿음을 더하여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려움과 고통 중에 어머니께 청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드님을 그들의 친구로 선물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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