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1월 26일 후회는 조금만 사랑을 더 크게(+ mp3)

11월 26일 후회는 조금만 사랑을 더 크게

 

우리는 후회한다. ‘그러지 말걸.’ ‘그러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리고 괴로워한다. ‘나는 왜 자꾸 그럴까.’ 어떤 때는 너무 괴로워 자신을 저주하기도 한다. 자신의 잘못과 죄를 뉘우치고 아파하는 것은 영적인 성장에 유익하다. 그러나 지나치면 해롭다. 그때부터 겸손을 가장한 교만이 자란다. 그 안에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는 없다. 오직 자기 자신만 있다.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루살렘 성전은 외침으로 두 번이나 파괴됐다. 그때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삶을 성찰했다. 성전파괴를 하느님이 내리신 벌로 생각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아 벌을 받았다고 여겼다. 사람들은 일이 터지거나 재난이 닥치기 전까지는 말을 듣지 않는다. 참 고집스럽고 아둔하다.

 

재난을 겪으며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은 좋다. 뉘우치고 인정하고 하느님께로 다시 돌아설 기회이다. 그런데 그걸 하느님의 징벌로 여기는 건 좋지 않다. 그건 벌이 아니라 죄의 결과이다. 순리대로 살지 않고 진리를 따르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 후회는 이롭지만, 너무 괴로워하는 건 해롭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의심하는 이에게는 희망이 없다. 그런 사람은 그 어떤 생각이나 말도 하지 말아야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죄를 안 지을 테니까. 그건 죽음과 다르지 않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외아들까지 내어주실 정도로 사랑하신다. 그런 분이니 뉘우치고 청하면 언제나 용서하신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용서하신다. 후회하며 괴로워하는 이에게 다가가 당신이 용서했다고 직접 말씀해주고 싶어서 당신이 더 괴로우실 거다. 이게 사실이고 우리의 믿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걸 악용하면 어쩔 거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을 거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고 제멋대로 살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런 질문은 하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거나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 혹은 은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은혜를 입은 사람은 그 앞에서 언제나 작아지기 마련이다. 사랑은 그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의 하느님 사랑이 아직 부족하거나 완성되지 않은 거다.

 

주님, 조금 더 기다려주십시오. 끝까지 도와주십시오. 몸과 마음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합니다. 주님의 사랑과 자비가 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통회가 교만이 되지 않고 아드님을 더 사랑하는 은혜로운 기회가 되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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