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1월 4일 인생의 의미(+MP3)

나해 1월 4일 인생의 의미

 

사람들은 더 좋은 삶을 바라고 그를 위해 일한다. 가장 좋은 삶이 행복이다. 사람들은 더 좋은 기계를 만들고, 제도를 개선한다. 그 덕에 삶은 편리해졌다. 하지만 편리한 삶이 곧 행복은 아니다.

 

새벽 찬 공기에 어깨를 움츠리지만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저절로 작은 탄성이 터진다. 밥 달라고 앵앵대는 고양이들에게 ‘알았다.’ 하며 알아듣지 못할 대답을 한다. 그런 게 행복은 아니지만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행복은 내적인 것이다. 기쁘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고 물건들을 더 사고 신나는 일을 계획할 게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바꾼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고 외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말 그대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람들이다. 그리스도는 메시아, 구세주라는 뜻이다. 내가 구세주가 아닌 건 분명하니까 우리는 구세주처럼, 예수님처럼 사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이 세상에 보내신 최초의 선교사셨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선교사이고 그들의 모임인 교회는 그 본질이 선교다. 어깨띠를 하고 거리에서 천주교를 알리고 웅장한 성당을 짓는 게 선교가 아니라는 건 다 안다. 그런 시대가 지난 지 오래됐다. 시대에 따라 선교방식은 변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분의 계명은 그분이 명령하신 대로,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신다(1요한 3,23-24).’ 믿음과 사랑은 둘이 아니다. 믿으니까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사랑하려고 하니 더 굳게 믿어야 한다.

 

가난한 이웃들을 보살피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건 굳이 신앙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좋아하면 사랑하기 쉽지만 사랑한다고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싫어하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사랑할 수는 있다. 메시아적인 그리스도적인 행동이다. 나는 그렇게 하기 싫지만 주님의 계명이고 그분이 좋아하실 줄 아니까 그렇게 한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니까. 자선과 봉사는 보답을 받지 않아야 나에게 이롭다. 나를 괴롭히는 이들이 갑자기 나에게 잘 해주지 않을 테니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한 것은 고스란히 하늘나라에 쌓인다. 모두가 수도회나 선교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선교사다. 인생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면 멍에는 편하고 짐은 가벼워진다(마태 11,30).

 

주님, 입만 복음을 전하지 말고 발로 찾아가고 몸으로 사랑합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던 주님을 따라 합니다. 잘 되면 좋지만 실패해도 일없습니다. 성공은 계약조건이 아니니까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두운 겉옷을 입고 계시니 안고 계신 아드님이 더욱 잘 드러나 보이고, 뒤 황금색이 더 빛납니다. 어머니를 따라 저는 사라지고 아드님이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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