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2월 1일 회복(+MP3)

나해 2월 1일 회복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너무 어렵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나라가 강제로 영업을 제한했으니 나라가 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한다. 나라는 국민들로 만들어지니 우리가 서로 도와야 한다. 우리 중에는 이런 난리 통에도, 또는 이런 난리 덕분에 더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조용히 표정 관리를 잘하는 줄 안다. 그들이 좀 더 많이 도와주면 좋을 텐데. 실제로도 그걸 법제화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하면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면서 불순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나에게 이제 이런 삶은 아주 익숙하고 좋다. 수도원은 처음부터 그렇게 생활했다. 그것은 초대교회의 공동체 생활을 그대로 따른 결과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사도 4,32-35).”

 

북한 사회를 보면서 그것은 이상일 뿐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돈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은 줄 잘 안다. 쓸데도 없으면서 용돈 받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같은 피조물인데 산속 동물 친구들은 욕심내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갖는 것 같다. 사람도 그렇게 만드셨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만드셨다. 거기에 당신처럼 자유의지까지 불어넣으셨다. 정말 심의를 기울여 만드신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걸 잘 쓸 줄 몰라 지금 이 지경이 되었다. 양극화가 정말 우려스럽다. 양극화 끝은 혁명이고, 그러면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초대교회 교우들이 그렇게 사는 게 가능했던 것은 사도들이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여 모두가 큰 은총을 누렸기 때문이다(사도 4,33). 예수님은 당신의 목숨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아버지 하느님께 의존하셔서 그분은 부활하셨다. 여기서는 누구나 다 죽는다. 그런데 여기서 예수님처럼 산 사람은 예수님처럼 영원히 산다. 매우 적지만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스도인이 아니어도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 더러운 영의 군대는 사람들의 재물 욕심을 이용해서 예수님을 동네 밖으로 내몰았다. 돼지 이천 마리가 한순간에 호수에 빠져 죽는 걸 보고도 예수님을 반겨 맞을 사람이 없을 거란 걸 그 녀석은 알았던 거다(마르 5,1-17). 동네 사람들에게는 더러운 영에서 풀려난 그 사람보다는 돼지 이천 마리가 더 중요했다. 에덴동산에서 살던 때의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은 그 돼지들과 함께 호수에 빠져 버렸다.

 

예수님, 재물 욕심이 아니라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마음의 문 문고리가 제 안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해 주소서’가 아니라 ‘하겠습니다.’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마음의 문이 열리면 문밖에서 계속 기다리시던 주님이 바로 제 안으로 들어오셔서 도와주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처럼 하느님을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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