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6일(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십자가의 영광(+MP3)

8월 6일(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십자가의 영광

예수님은 예루살렘 입성 전에 당신의 진짜 모습, 신적인 모습을 살짝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그전까지 좋은 일을 참 많이 하셨다. 많은 병자를 고쳐주셨고, 더러운 영을 쫓아내서 그를 온전하게 해주셨다. 그리고 어깨에 율법의 무거운 짐만 올려놓는 지도자들에게 하셨던 사이다 발언들은 심적으로 짓눌린 백성들을 통쾌하게 해주었고 또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해주었을 거다.

이렇게 멋진 일들을 많이 하셨지만, 예수님과 제자들의 실제 삶은 아주 고단했을 거다. 집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았고, 매일 먹을 것과 묵을 곳을 마련해야 했다. 올림픽 시상대에 선 이들의 모습은 영광스럽지만, 그들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다. 결과는 과정 안에 들어 있다. 속임수에 능한 세상은 이 진리를 뒤틀어 놓아 우리를 실망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하느님 나라의 진리는 그럴 수 없다. 다니엘에게 환시 중에 보여주셨던 것처럼 주님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주님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 14). 하느님이 당신의 죽음으로 보증한 것을 믿지 못하면 이 삐뚤어진 세상 안에서 우리는 아무런 희망을 품을 수 없다.

하느님 나라의 영광은 십자가의 길 위에서 만들어진다.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교우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며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한다(사도 14, 22).” 금메달을 따기 위해 그가 한 노력과 견딘 고통, 그리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시고 하느님 나라를 전하시기 위해 예수님이 겪으셨던 척박한 삶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분이 예루살렘에서 겪으신 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주먹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대항하지 않으셨던 것은 이해할 수 없다(이사 53,7). 우리에게 당신 생명을 내어주기 위해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나는 그러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건지 모른다. 그러니까 십자가의 영광을 볼 수 없는 걸 거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그 영광스러운 모습을 미리 살짝 보여주셨나 보다.

내 안에는 부모님의 모습과 성격이 새겨져 있다. 두 분은 나를 잘 키우시려고 최선을 다하셨다고 믿는다. 많은 것을 희생하셨고, 인내하셨다. 내 안에 좋은 것을 심어 키우려고 그러셨을 거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두 분 안에도 어떤 좋은 것이 심겨 자랐다. 자식이 부모를 만들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좋은 부모가 되는 거라고 믿는다. 좋은 부모는 살아서 그들을 낳아 키우고 죽어서도 그들 지친 마음의 위로와 쉼터가 되어준다. 삐뚤어진 세상이 아무리 방해하고 억지를 부려도 이것은 바뀌지 않고 세상 끝날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을 믿는다면 눈을 들어 십자가에 달리신 바보 같은 예수님을 보자, 세 제자에게 보여주셨던 그 영광스러운 모습이 보이는지.

예수님,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갑니다. 이제는 제 남은 날수를 셀만합니다. 제가 바랐던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갑니다. 그런데 그게 슬프지 않은 것은 주님께서 제게 참된 것을 가르쳐주시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주님 뒤를 따르게 은총을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인간적인 약점으로 넘어지고 지칠 때마다 위로해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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