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다해 12월 22일 하느님의 세상으로(+MP3)

다해 12월 22일 하느님의 세상으로

성탄절이 가까워오면서 마리아와 요셉과 세례자 요한의 부모인 엘리사벳과 즈카르야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듣는다. 신비로운 아기탄생에 관한 내용이다. 엘리사벳은 임신이 안 되고 나이까지 많아 임신할 수 없는 처지라고 여겼지만 하느님의 도움으로 아기를 갖게 됐다. 나이가 많았다지만 예수님 시대 사람의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많이 낮았음을 감안하면 엘리사벳은 칠팔십대 노인은 아니었을 거다. 그러니 엘리사벳의 임신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거다.

루카 복음사가는 우리를 조금씩 하느님의 세상으로 끌어들인다. 이미 구약에는 신비로운 탄생이야기들이 있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이들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들이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삼손, 사무엘이 그들이고, 세례자 요한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들은 모두 부부 사이에서 탄생했지만 예수님은 남자의 도움 없이 성령의 힘으로 마리아의 몸에서 탄생하셨다. 지금 우리의 상식과 과학적 지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천사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고 알려주었다(루카 1,37).

마리아는 천사의 그 말을 믿었다. 요셉 성인은 천사의 지시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 비밀스럽게 자신의 약혼녀 태안으로 들어오신 구세주를 보호했다. 그들은 아주 단순했다. 천사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었고 그대로 했다. 지금은 세상 모두에게 이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 때는 두 사람 또는 엘리사벳과 즈카르야까지 네 명만 알고 있었다. 하느님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오늘 복음으로 듣는 마니피캇이라고 부르는 마리아의 노래는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 아니빔들, 하느님의 사람들, 하느님의 비밀을 간직한 이들이 부르는 노래다. 아직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지만 마리아는 이미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확신하고 너무 기뻐 노래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승리다. 믿음의 승리다. 믿음은 주관적인 결단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신이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이 행복하다는 보증이다. 그 행복은 미래에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하느님만 믿고 사는 이들이 누리는 신적인 기쁨이다. 더 기쁠 수 없는 충만한 기쁨(요한 16,24)이고 죽음도 빼앗을 수 없는 영원한 기쁨이다(요한 16,22). 믿는 이들은 그렇게 한 발 한 발 하느님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예수님, 저희 신앙의 선조 대부분은 성부 성자 성령 마리아 요셉만 알고 순교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렇게 복잡하고 두꺼운 교리서는 믿지 않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하느님이 참 좋으신 분이라고 믿습니다. 믿지 않으면 하느님의 세계를 지푸라기 하나만큼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믿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믿지 않아도 그럴 겁니다. 세상이 뭐라고 하든 또 저를 어떻게 대하든지 오직 주님만 믿어 앞서 간 이들의 줄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믿음이 약한 저에게 믿음을 더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이 이름으로 하느님을 신뢰하고 희망할 수 없는 곳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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