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30818 연중 제2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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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8월18일 연중 제20주일 복음묵상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루카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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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다 한다.

 

말씀의 의미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평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평화를 거스르는 모든 것들과의 싸움은 필연적이라는 말씀이다.

그저 바라는 마음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평화라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의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작은 평화도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자기투신이 있었기에 얻어진 열매이다.

악의 세력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원할 리가 없다.

 

복음적 평화를 위한 그 어떤 투신도 허락된 관계나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세계에서 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기뻐하며 받아들일 리는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는 가족도 있을 수 있고, 친구도 있을 수 있고, 다른 사랑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무관심과 적대감 속에서 평화를 위한 투신은 자연스럽게 많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확실한 복음적 신념이 없다면 무너지기 십상이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신다.

참된 평화를 위해 너희가 지불해야 할 아픔을 마다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진정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라고 하신다.

 

심리학 용어 중, 탯줄 끊기(The cutting of a person’s psychological umbilical cord)라는 말이 있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엄마로부터의 탯줄을 끊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평생을 긍정적 탯줄이 아닌 부정적 탯줄에 묶여 산다.

부모와 가족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철저하게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필요하며, 그 힘이 있을 때 올바로 함께 할 수 있음을 말함이다.

 

사랑을 하려면 제대로 된 사랑을 해야 한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이기심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 항상 삶의 기준이 되는 사랑을 해야 한다.

그러기에 어떤 오해와 반목의 상황이 주어진다고 해도, 가장 좋은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주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옳음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는 확신, 이것 역시 우리의 신앙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라는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좋은 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를 식별한 다음에 사용해야 하는 표현이다.

때로는 아픔을 감수하면서라도 진정한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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