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31229 성가정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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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2월29일 성가정 축일 복음묵상

 

“나자렛이라고 하는 고을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마태오2,26)

 

내가 있는 본당은 언젠가 소개했던 것처럼, 다문화, 다국적 신앙 공동체이다.

적을 때는 20여 나라, 많을 때는 30여 나라의 사람들이 한 본당 신자로서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말 그대로 국제적인 교회인 셈이다.

미사는 6개국어로 봉헌되고 있고, 매주 8개국어로 주보가 만들어져 배포된다.

본당의 전체 조직이 있고 각 언어별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교회라는 단위 안에서 움직여지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본당의 풍경하고는 사뭇 다른 점이 많다.

그 중 한 가지를 성가정 축일을 맞이해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대림 3주일, 본당에서는 성인 세례식이 있었다.

세례를 받은 이들은 모두 열 한 사람이었다. 여호와 증인의 신도였던 필리핀 여성 한 사람을 제외한 열 사람은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다섯 사람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부인이 모두 필리핀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낯설고 물설은 남의 땅에 혈혈단신으로 와서 지내다가, 의사소통도 불편하고, 문화도 신앙도 다른 나라의 남자와 부부의 연을 맺고 자식을 낳고 살아야 했던 여인들이 겪었을 힘든 시간들을 상상해보라.

모르긴 해도, 그녀들이 견디어낼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힘은 신앙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가톨릭이라는 신앙 속에서, 그녀들은 분명 힘을 청했을 것이고 기도했을 것이다.

다섯 명의 일본인 남편들은 모두 필리핀 아내와 생활한지 5,6년이 넘는 이들이었다.

1년 전, 영어 미사 때, ‘신자 아닌 일본인 남편들을 위한 특별 교리반’을 만들 테니, 남편이 신자가 되게 해달라는 지향을 가장 큰 지향으로 삼고 기도하며 모범을 보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일부 열매를 맺은 것이다.

세례식이 끝난 후, 특별히 부인들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고, 모든 신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청했다.

너무도 열심히 교리를 받으면서 준비를 했던 남편들의 모습을 보고 감사했다.

 

또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80세 중반의 어르신네이다.

일본의 전통 중 하나는 장남이 조상들의 제사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다. 즉 장남은 아버지의 종교를 비롯한 모든 것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스며 있다. 무덤 역시 한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런 장남에게 시집을 온 가톨릭 여인이 있었고 그 여인은 남편이 같은 신앙을 갖게 해달라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50년을 기도했다 한다.

그리고 그 기도가 5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모두가 한 여인의 끈질긴 기도에 감동을 받는다.

 

이들과의 짧지 않은 개인면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다름아닌 기도의 힘이었다.

이들에게 마음의 변화를 주었던 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내의 기도였고 엄마의 기도였다.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아내이자 엄마의 기도와 모범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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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12월30일 성가정 축일 복음묵상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카2,51)

 

성가정 축일이다.

 

성가정에 대한 표면적인 해석은 가족 모두가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두가 세례를 받아 신자대장에 그 이름이 올랐다고 하는 것이 성가정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결국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이 따르지 않는 가정이라 한다면 세례를 받은 것이 오히려 족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것이 일반적인 성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성가정의 의미를 생각보고자 한다.

 

문제 없는 가정은 없다.

아픔을 안고 살지 않는 가정은 없다.

노력과는 상관없이, 해결해야 할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는 가정은 없다.

신자가 되었다는 것이 모든 장애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모든 아픔도 상처도 가정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따라서,

성가정이란 문제 없는 가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가정이란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들 속에 늘 그리스도를 한가운데 모시는 가족을 말한다.

결국 부모의 기도가 있고 자식들의 기도가 있어 그 안에서 답을 찾는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함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은 하느님이 주신 가장 고귀하고 그 어떤 힘으로도 끊어서도 안되고, 끊을 수도 없는 선물이다.

오늘 모두가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도를 올릴 수 있는 하루였으면 한다. (201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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