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40722 마리아막달레나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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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7월22일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 화요일 복음묵상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20,18)

 

마리아 막달레나!

이 여인을 떠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우리에게 알려주시고자 했던 기쁜 소식, 그것은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많고 깊은 죄를 지었는가 보다는, 얼마나 지은 죄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며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를 보신다는 것입니다.

 

청백리의 삶을 산다 한들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 한다면, 죽는 순간까지 바로 이러한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을 가슴에 간직하고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부활의 첫모습을 성모님이나 제자들이 아닌 바로 이 죄 많았던 여인에게 보여주셨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사랑만이 죄를 제대로 알게 하고, 참된 회개와 용서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삶은 회개와 보속의 삶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음은 작년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에 묵상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야기입니다.

 

막달레나의 노래

 

“여인아, 왜 우느냐?” (요한20,13)

 

1.

나의 모든 삶은 저주였습니다.

어이 살아왔다고 입 밖으로 내기조차 싫은 삶이었습니다.

이름 없이 그저 몸을 파는 여자, 일곱 마귀 들린 여자, 죄 많은 여자라 불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저주를 마감하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2.

군중의 조롱과 비웃음 그리고 쳐죽이라는 아우성 속에, 옷은 찢기고 머리채는 억샌 사내의 손에 잡힌 채로 돌팔매질 당할 장소로 끌려갔습니다.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었거든요.

차라리 이 피곤한 세상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3.

그런데 당신께서 계셨습니다.

그리고 나를 끌고 온 이들은 당신에게 나를 죽여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지요.

당신께서는 아무 말 없이 계시다가 죄 없는 이가 먼저 돌을 던지라 하셨지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당신의 그 말씀에, 당신과 나만을 남겨두고 모두들 사라졌지요.

“너에게 죄를 묻던 이들은 어디 있느냐?”

“예, 아무도 없습니다.”

“나도 너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4.

당신과 그렇게 헤어진 후, 몇 날 몇 일을 울었습니다.

울다 지쳐 잠이 들다 다시 눈이 떠지면 밑도 끝도 없이 울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릅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께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찾아야 합니다.

5.

어느 마을 권세 있는 집에 당신께서 식사를 하시러 오신다고 합니다.

향유 병을 들고 달려갔습니다.

당신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또 멈추지 않는 눈물입니다.

머리카락으로 당신의 젖은 발을 훔칩니다.

그리고 향유를 당신의 발에 발라드립니다.

6.

결심을 했습니다.

허락이 된다면 당신의 뒤를 따르면서 당신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내가 걸어온 죄의 길을 보속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7.

감동입니다.

당신의 말씀에, 당신의 결정과 행동에 그저 곁에 있기만 해도 행복해졌습니다.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가난하고 병든 이들,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힘든 여정은 계속되었지만, 모두들 행복해 했습니다.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8.

요즘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제자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을 죽이려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려옵니다.

9.

당신께서는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신다고 합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제자들의 의견이 강합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고집을 굽히시지 않습니다.

10.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구칩니다.

결국 당신께서 잡혀가셨다고 사람들이 전합니다.

그것도 제자였던 유다가 당신을 밀고했다고 합니다.

무섭습니다.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11.

높은 계단 위에 당신께서는 고개를 떨구시고, 로마인 총독이라는 사람과 함께 군중들을 앞에 두고 서계십니다.

군중은 소리를 칩니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모두들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12.

사형이 언도 되었다고 합니다.

당신께서 돌아가신다고 합니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돌 맞아 죽을 뻔했을 때도 이리 두렵지 않았었는데,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슬픔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설마, 당신께서 진짜 돌아가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13.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머리에는 가시관을 쓴 채 당신께서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십자가 횡목을 지시고 비틀비틀 처형장으로 끌려가십니다.

제자 요한을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웬일인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여지없이 채찍질이 날아옵니다.

오, 주여!

오, 주여!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요?

어머니 마리아를 부축하면서 당신을 따라갑니다.

14.

로마 군인들이 십자가에 당신을 눕히고 거침없이 양 팔뚝에 못질을 합니다.

그렇게 당신께서는 우리 곁을 떠나가시고 말았습니다.

15.

당신과 함께 한 날들이 생생하게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내게 이제 살 이유는 없어졌습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신 당신께서는 내 곁에 계시지를 않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16.

사흘이 지났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동이 트기 전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앞에 당신께서 묻히신 돌무덤이 보입니다.

어디서 오는 슬픔입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아픔입니까?

17.

슬픔 가득 안고 돌무덤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보이지를 않으십니다.

곧바로 무덤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미치겠습니다.

당신께서 없어지셨습니다.

18.

또 울음이 터져나옵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당신을 어디로 옮겨갔다는 말입니까?

19.

울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옵니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

“마리아야!”

소리치고 맙니다.

“라뿌니! 나의 선생님!”

20.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당신께서 하셨던 말씀, 당신의 행동의 의미를 말입니다.

나의 영원하신 사랑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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