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40921 연중제2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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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9월21일 연중 제 25주일 복음묵상

 

“품삯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마태오20,11-12)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어울리는 태도를 보인 것은 밭주인이 아니라, 아침부터 일을 하고서도 일 끝나갈 무렵에 나타난 이들과 똑 같은 품삯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도 밭주인에게 불공평을 호소하고 있는 일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조하기 쉽습니다.

일한 만큼 그 수고에 합당한 몫을 받는 것이 공평한 것이고 정의라고 우리는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믿음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욕심과 공평을 쉽게 착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착각을 일깨워 주십니다.

우리의 논리를 넘어서는 섬세함으로 우리 생각의 허술함을 일깨워주십니다.

오늘 복음의 가장 큰 메시지는 ‘참된 공평’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의나 공평에는 반드시 그 바탕에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저 잣대나 저울질로 가릴 수 없는 것이 공평이고 정의라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오늘 비유에 밭주인은 다섯 시쯤에도 일꾼들을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측면을 보도록 합시다.

 

첫째, 밭주인이 장터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이들에게 물어봅니다.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그러자 그들은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진정 공평한 사회라면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평함을 느끼게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연으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기껏해야 동정 어린 시선으로, 아니면 멸시와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세상입니다.

하지만 밭주인을 통해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일을 하지 못한 이유를 이해하고자 하셨습니다.

 

사람마다 환경적 배경, 개인적 능력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차이를 가지고 같은 조건에서 살아남는 것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다름 아닌 짐승들의 세계, 즉 약육강식의 세계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공평을 이야기 하는 모순을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은 그럴만한 사연과 사정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유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겼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른바 배려와 나눔이라는 마음이 허락되기 때문입니다.

공평이나 정의는 자신의 이기심을 채울 때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님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둘째, 밭주인은 사실 일꾼이 필요 없었습니다. 충분히 일꾼들이 일을 하고 있었고 날도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기까지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바로 밭주인의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임을 예수님께서는 말씀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올바른 길로 이끄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보여주시고자 합니다.

세상의 죄로 인해 어디선가 헤매고 있을 양들을 찾아 나서시는 목자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진정 공평하고 정의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면, 어느 누구도 대상에서 소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때, 그 말은 힘을 갖게 됩니다.

공평이나 정의라는 말은 결코 이기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억울하다는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했던 사람들 역시 같은 감정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불평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이들의 억울함은 사실 자신들의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역시 각자의 욕심을 공평이나 정의라는 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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