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태근-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19] 혜호 따웅지

저 멀리 보이는 것은 꼭 파리의 에필탑 같지만 바로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이다.

어둠이 짙은 이 밤 불 밝힌 저 사원을 보며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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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일어나 성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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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따웅지 성 요셉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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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미사를 드리러 성당을 빠르게 걸어가던 중

예정에도 없던 탁발행렬과 마주쳤다. 그 이른 새벽에.

탁발?….(아카시아 만달레이 참조)

지난 번 만달레이에서의 탁발행렬이 잘 준비된 연극을 시간 맞춰 관람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오늘은 정말 뜻밖의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생동감있고 현실감있게 다가왔다는…

 

게다가 한 아주머니는 아예 전기밥솥째 들고 나와 김이 모락 나는 밥을 덜어주신다.

그 작은 행위하나에 정성그득한 그녀의 신앙마저 느껴졌다는.

 

그러다……..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교차하는 순간, 나 또한 방향은 달라도 탁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도 이 승려들처럼 지금 먹을 양식을 찾아 밥그릇을 들고 이 곳 성당을 향하고 있다는…

 

내가 받아먹으려는 그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먹는다..그리고 먹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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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가톨릭 디다케에 은사 신부님께서 먹어야 안다 : 성체성사 라는 글을 기고하신게 생각난다.

그 가운데 재미난 표현이 있는데…

 

우리말에서처럼 ‘먹는다’는 표현이 다양하게 사용되는 언어도 없다고 한다.

음식은 당연히 먹지만, 나이도 먹고, 돈을 떼어먹기도 하고 욕도 먹는데, 때로는 챔피언도 먹는다.

우리가 월드컵 이후 더욱 열렬히 사랑하게 된 축구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 점을 잃었다고 표현할 때에, 우리는 한 골을 먹었다고 말한다.

또한 심리적인 표현으로 겁도 먹고 애도 먹는다.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에는 말이 안 먹힌다고 표현한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은 후에 아담과 하와가 눈이 열려 자신들이 알몸인 것을 알게 되었다는

 

창세기의 기록은 먹는 행위와 인식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를 먹음으로서 알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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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웅지에서 미사를 드리고 다시 양곤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라오스로 넘어가기에 남아있는 미얀마 돈을 톡톡 털어 저녁을 샀다.

로컬 마켓에 가서 밥도 사고 반찬도 돈 되는데로 주섬 주섬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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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맛난 저녁을 먹으로 고고씽..

그런데..

마켓을 빠져 나오던 찰나

아이를 업은 한 아주머니가 내게 동냥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만국 공통어인 바디 랭귀지로 배가 고프니 먹을걸 달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짜지… 하며 잠시 생각하다 비상금 꼼쳐 둔 걸 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 받질 않으신다.

그러면서 돈 말고 먹을껄 달라신다.(돈으로 사면 되는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를 사연이 있을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분 ..정말 오랜만이다^^

 

하는 수 없이 방금 나온 그 시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 먹을 것을 사다 드리기로 했다.

아까 밥을 샀던 그 상점엔 세 덩어리의 밥이 투명한 냉장실안에 먹음직스럽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거기 그 밥 주세요…그런데 밥을 꺼내어 내게 건네려다….이 건 팔 수 없단다

날이 더워 그런지 냉장보관 했음에도 쉰내가 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다른 두 덩어리도 상황은 같았다.

이제 남은 밥은 없다..

 

우짜지…우짜노…

음…생각끝에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그 밥 한 덩어리

그 밥의 절 반을 나누어 담아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반찬 몇 가지 더 담고서는

시장 밖으로 나와 아까 그 아주머니에게 드렸다.

기분이 참 묘했다.

오늘 종일 토록 성체성사에 대한 생각에 머물렀기에

 

은사 신부님의 글을 재인용하면

 

“다른 감각들도 중요하지만 미각, 즉 무언가를 삼키면서 느끼는 것이야말로 나의 생명과 직결된 감각인 것이다.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을 실제로 먹음으로써, 우리도 누군가에게 사랑으로 ‘먹혀야만’ 함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참으로 맛보게 될 것이다.”

 

만달레이를 떠나 혜호를 거쳐 따웅지에 도착했고

그리고 다시 양곤으로 돌아옴으로 미얀마의 짧은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 일정을 되짚어 보면

혜호는 많은 여행객들이 빠짐없이 찾는 곳인데

그 유명한 인레 호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호수는 해발 1328m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풍경이 아주~ 아름다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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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의 생활도 볼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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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로 노를 젓는 독특한 모습의 어부도 볼 수 있는데……

사진을 찍으면 돈을 요구한다.

(한참 찍으라며 갖은 포즈를 취해준 뒤에 이제 찍었으니 돈 내 놓으란다. 여보쇼 당신들은 어부지 모델이 아니쟎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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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웅지는 혜호보다 조금 더 높은 해발 1400미터에 있는 도시인데

인구가 20만이나 되는 미얀마에서 4번째로 큰 도시란다.

기후가 온화해서 휴양지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 곳은 실은 예정에 없었으나 단지 거기 성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지에 와서 추가된 곳이다.

그런데 하느님을 찾으면 정말 이지 더 많은 풍요를 누리게 되는 것은 진리인가 보다.

여기서 와이너리(와인을 생산하는 곳)를 발견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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