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선 아녜스의 말씀이 시가 되어

[김혜선 아녜스] “그리고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 (요한 8,8)

김혜선

“그리고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 (요한 8,8)

 

 

어느 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갑자기 몰려와

황당한 질문으로 예수님을 공격하자

 

주님께서는

겸손히 몸을 구부리고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하셨네.

 

그리고

일부러 그들을 쳐다보지 않으시려고

바닥에 무언가를 쓰는 척하시며

죄 없는 자가 나오기를 기다리셨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납게 몰려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조용히 떠나고

가엾은 여인도 떠나고

동그마니 혼자 남은

예수님도 떠나셨네.

 

텅 빈 올리브 산

그 자리엔

사랑이라는 두 글자만

쓸쓸히 남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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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혜선 아녜스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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