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6일 나의 회개만

이종훈

1월 6일 나의 회개만

 

오래전 이곳 산중 생활을 시작했을 때 불편했던 것 중 하나는 벌레들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특히 집게벌레들이 방은 물론이고 밖에 널어놓았던 빨래 속에 어 있어 깜짝 놀라곤 했었다. 어쩌다 물리면 따끔했지만 독은 없어서 해롭지 않은 줄은 알았지만 냄새가 고약하고 찜찜해서 보이는 대로 죽였다.

 

겨울이 되니 또 따뜻한 방으로 벌레들이 들어온다. 집게벌레들도 보인다. 이제는 그것들을 죽이지 않고 발로 툭 차서 구석이나 가구 밑 어두운 곳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걔네들은 거기서 조용히 죽는다. 냄새도 풍기지 않는다. 나중에 청소할 때 치우면 그만이다. 걔네들은 본래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생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 예전에도 이미 그걸 알았는데 왜 그렇게 못되게 했는지 후회스럽고 미안하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는 일들이 많다. 어쩌면 내가 노력해서 할 것은 회개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도 사람들을 회개시키지 않으시고 회개하기를 바라셨다. 마음의 문고리는 내 안쪽에 있어 내가 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답답한 세상 현실과 바뀌지 않는 이웃들 때문에 화내고 속상해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나는 화내고 속상해하지만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하신다. 비판과 비난은 쉽다. 아직 사랑을 잘 모르지만 비난과 험담은 분명 아니다. 나만 회개하면 된다.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이다. 나는 하느님처럼 세상과 이웃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들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번 기억한다.

 

예수님, 오늘도 회개의 길로 한 발 더 내딛습니다. 거의 습관적으로 세상과 이웃을 비판하고 비난합니다.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면 안 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을 무한히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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