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2일 마음의 밭

이종훈

9월 22일 마음의 밭

 

바오로 사도는 참 특별하다. 예수님을 직접 뵌 적도, 그분에게 배운 적도 없는데 마치 그랬던 것처럼 말하고 가르쳤다. 부활에 대한 가르침은 더욱 그렇다. 부활은 관 뚜껑을 열고 시체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대체 알 길이 없다. 그저 이 세상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 혹은 어떤 상태라고 밖에는 표현하지 못한다.

 

  

바오로 사도는 부활을 씨앗에 비유한다. 작은 씨앗이 큰 나무와 열매를 맺는 거는 정말 신기하다. 예수님 말씀대로 그 씨앗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동물의 먹이가 되지만 땅 속에서 자신을 포기하면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낸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이고, 땅은 우리 마음이다. 씨앗이 작고 단순한 것처럼 예수님이 전해주신 하느님의 말씀도 아주 쉽다. 씨앗은 조건이 맞아야 자신을 열어 그 안에 담긴 보물들을 내어 놓는다. 하느님의 말씀도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간직하느냐에 따라 그 보따리를 풀어 하느님 나라를 내 안에 만들어 놓는다.

 

  

같은 씨앗이지만 여건에 따라 열매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같은 하느님 말씀이지만 어떤 이는 심약한 사람들을 위한 헛된 위로라고 여기고 또 다른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이들의 업적 중 많은 것은 종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 하느님의 말씀과 그들의 믿음과 헌신이 빚어낸 열매들이다.

 

  

부활은 시체가 되살아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부활은 전혀 다른 생명이고 하느님의 삶이다. 맨 땅에 뿌려진 씨앗들이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만들고 또 숲을 만들어 그 맨 땅을 전혀 다른 곳으로 만드는 것처럼, 내가 들은 하느님의 말씀은 내 안에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나를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게 할 수 있다. 이 말씀을 심약한 이들의 헛된 위로로 여길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을지(루카 8,15)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선택하나? 아니면 하느님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주시나? 내가 바라면 농부이신 하느님께서(요한 15,1) 내 마음의 밭을 그렇게 일구어 놓으실 거다. 그분은 바오로 성인을 180도로 바꾸어 놓으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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