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생명의 말씀
요한복음 6장 생명의 빵, 성체성사에 대한 말씀들을 들을 때마다 반갑지 않다. 강론을 준비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나눔, 희생, 사랑 등 그 표면적인 의미들을 강조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작은 빵과 한 모금의 포도주가 어떻게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되고, 또 그것을 먹고 마심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라고 투덜거렸던 제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사실 이해할 수 없고 듣기 거북한 예수님의 말씀이 어찌 이것뿐인가? 원수를 사랑하고, 오른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돌려 대주고, 박해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겉옷을 달라면 속옷까지 벗어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게다가 하느님의 아들이 죄인으로 누명을 쓰고 사형벌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나? 따지고 보면 온통 이해할 수 없고 듣기 거북한 말씀들이다. 그분의 말씀들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믿을 수 없으니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없고, 알렐루야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별로 기쁘지 않은가 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이 사람들에게 하신 비유의 말씀을 따로 풀이해주셨지만, 이 가장 듣기 거북한 이 말씀은 고집스럽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셨다. 설명이 불가능해서였을까? 아니면 참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따르려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서였을까?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이끌어주신 사람들을 확인하시기 위해서였을까? 예수님은 많은 제자들이 떠나고 남은 열두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67)?”
‘아닙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요한 6,68-69).” 이렇게 멋지고 감격스럽게 대답한 베드로가 나중에 어떻게 행동했는지 우리는 잘 안다. 그의 믿음은 아직 부족하지만 스승님을 주님이라고 부르고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은 그의 바람만은 간절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주님의 말씀을 들은 내 안에서는 무엇인가가 나를 어디론지 이끌어가고 있음을 안다. 아직 이 빵과 포도주가 어떻게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되는지 그리고 그것을 먹고 마심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그분의 말씀이 내 안에서 나를 기쁘게 또는 아프게 하면서 나를 새롭게 빚어 만들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먹어야 산다. 그렇다고 숨 쉬고 움직인다고 다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육신에게는 음식이 필요하고 영혼에게는 말씀이 필요하다. 좋은 설교자를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이다. 그의 입에서는 나오는 말들은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것은 그의 말재주나 지식 때문은 분명 아니다. 그가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 일거다. 그의 말은 위로, 격려, 희망, 사랑을 심어주고 때로는 후회, 아픔, 참회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 때뿐이지만 주님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울컥 생기기도 한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그렇다, 주님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간직하고 되새기며 그렇게 살려고 하는 이들은 영원히 산다. 주님 저에게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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