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사랑의 홍수
홍수가 끝난 뒤 하느님은 노아가 바치는 번제물의 향내를 맡으시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사람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악한 뜻을 품기 마련 내가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이번에 한 것처럼 다시는 어떤 생물도 파멸시키지 않으리라(창세 8,21).”
하느님이 이렇게 약속하고 결심하셨으니 인간의 악행으로 세상을 멸망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비록 당신 모습대로 손수 빚어 만드시고 숨을 불어 넣으셨지만 그제야 하느님은 인간을 아셨던 것일까? 아니 아담과 하와가 따먹지 말라던 열매에 손을 따먹었을 때 아셨을 텐데. 여하튼 하느님 말씀대로 사람의 마음은 악한 뜻을 품을 수 있다.
악행과 반복되는 죄는 인간이 약해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마음 안에 선을 바라면서도 악을 행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남을 부정할 수 없다. 하느님 말씀이 정말 맞다. 이렇게 분열된 나의 모습을 나는 어쩔 수가 없다.
하느님은 사람을 아신다. 주님은 나를 아신다. 부서져버릴 정도로 약하고 아닌 줄 알면서도 악행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고 또 저지르고야 마는 나를 아신다. 그래서 하느님은 때가 차자 큰 홍수가 아니라 큰 사랑을 보내주셨다. 세상의 모든 죄악을 덮어 없애는 사랑을 하늘에서 쏟아 부으셨다. 나는 연약하고 또 악한 뜻을 품지만 하느님의 큰 사랑은 모든 죄를 쓸어버린다.
참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 한 노사제의 고백처럼 죄를 용서해달라고 청할 자격도 없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오직 당신의 그 약속을 잊지 않으심이 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연약한 제가 아니라 십자가 위에 계신 아드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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