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6일(거룩한 변모 축일) 하느님을 보는 법

이종훈

8월 6일(거룩한 변모 축일) 하느님을 보는 법

 

우리 하느님은 한 분, 삼위일체, 사랑이시다. 사랑은 그 대상을 지향하고 이타적이다. 삼위일체 하느님이 사랑이란 말은 세 위격이 서로에게 완전히 자신을 내어줌을 의미한다. 사랑은 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이니 그분은 살아 계시다. 성부 성자 성령 세 분이 함께 계신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어서 오직 사랑만 있다. 그렇게 하느님은 한 분이시다. 그 안으로 들어간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그런 공동체에서 산다면 얼마 행복할까? 하느님과 하나가 됨은 그런 것이다.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는 하느님의 그 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성인들은 어느 순간 그것을 보았다고 한다. 어떤 모습이었을까? 불꽃 모양? 비둘기 모양? 예수님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예수님이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잘 생기셨다고 누가 그랬나? 우린 그저 그분의 말씀과 행적만 알 뿐이다. 그래도 우리가 하느님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복음서에 나타난 그분의 말씀과 행적뿐이다. 하느님도 말씀하셨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진짜 하느님은 눈으로 볼 수 없다. 마치 태양을 맨눈으로 볼 수 없는 것 같다. 그분의 말씀도 들을 수 없다. 천둥소리(요한 12,29)를 번역할 수는 없다. 그러니 기껏해야 분부시게 빛나는 하얀 옷을 입으셨고 구름 속에서 계셨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언제쯤이면 눈이 열려 모든 사람들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모습이 보이려나? 아직도 내 눈에는 십자가 위에서 비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만 보인다. 그게 사랑이라지만 그건 믿을 교리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내 십자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나를 이웃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 일거다. 그렇다고 이런 나를 나쁘다고 하고 싶지 않다. 꼭 움켜쥐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두 다 내어주기가 아직 자신이 없거나 그래도 괜찮다는 확신이 없다. 내 안의 불꽃이 아직 작거나, 내 안의 비둘기가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이려니 하며 나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날이 오겠지(마르 9,10). 오늘도 예수님처럼 나의 십자가를 짊어진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38 [이종훈] 7월 28일 정확한 마지막 정산 2018-07-28
열람중 [이종훈] 8월 6일(거룩한 변모 축일) 하느님을 보는 법 2018-08-06
136 [이종훈] 8월 8일(성 도미니코) 세상 속으로 2018-08-08
135 [이종훈] 8월 16일 무덤덤하고 무던하게 2018-08-16
134 [이종훈] 8월 24일(성 바르톨로메오) 후회 없는 선택 2018-08-24
133 [이종훈] 8월 26일(연중 21주일) 성체와 봉헌 그리고 자유 2018-08-26
132 [이종훈] 9월 12일 하늘에서와 같이 내 안에서도 2018-09-12
131 [이종훈] 9월 14일(성 십자가 현양 축일) 십자가 사랑 2018-09-14
130 [이종훈] 9월 16일(연중 24주일) 은혜로운 봉사직무 2018-09-16
129 [이종훈] 9월 21일 학교 2018-09-21
128 [이종훈] 9월 23일(한국순교자대축일 경축이동) 의문과 선택 2018-09-23
127 [이종훈] 10월 4일(성 프란치스코) 함께 사는 아름다움 2018-10-04
126 [이종훈] 10월 7일(연중 27주일) 혼인 2018-10-07
125 [이종훈] 10월 22일 빌려 쓰기 2018-10-22
124 [이종훈] 10월 23일 집 2018-10-23
123 [이종훈] 11월 14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2018-11-14
122 [이종훈] 11월 29일 구원의 시작 2018-11-29
121 [이종훈]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길의 인도자 2018-12-08
120 [이종훈] 12월 16일(대림 3주일, 자선주일) 기쁨 2018-12-16
119 [이종훈] 12월 30일(성가정 축일) 우주의 경계 허물기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