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22일 빌려 쓰기

이종훈

10월 22일 빌려 쓰기

 

요즘은 렌탈과 공유가 점점 많아진다. 정수기, 복사기를 빌려 쓰고 차도 조건에 맞춰 함께 타고 다닌다. 사용료를 다 합하면 결국 구입하는 셈이 되는 줄 알면서도 그게 좋아 보인다. 아마 소유하고 관리하고 마음 쓰는 것보다 그게 편해서 그런가보다. 맞다, 소유는 참 불편하다. 그래서 무소유란 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리고 또 사람은 그토록 자유롭기를 바라나보다.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 같지만 사실 사람이야말로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이다. 자식도 배우자도 소유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마음 쓰이고, 상처 주고받고, 그들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소유한 적도 빌린 적도 없는데 그들은 내 집에서 산다.

 

함께 사는 게 쉽지 않다. 직장동료, 교우, 수도공동체, 배우자, 자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물건이야 빌려 쓰고 필요 없으면 치우면 되지만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유한 적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으니 빌렸다고 생각하자. 어렵겠지만 해보자.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떠날 때는 혼자일 테니까.

 

그래도 무소유는 중요한 삶의 방식이지 내 삶의 목적은 아니다. 무소유의 목적은 빈 마음이 아니라 참 사랑이다. 참 사랑은 피조물이 아니라 창조주를 향한다. 가난한 사람들도 잠시 빌렸다. 하느님을 만나려고 그들을 빌렸다. 하느님을 그리워한 마음이 그날 그분의 눈을 멀게 해서 나의 수많은 허물과 잘못들을 못 보시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들어라, 딸아, 보고 네 귀를 기울여라. 네 백성과 네 아버지 집안을 잊어버려라. 임금님이 너의 아름다움을 열망하시리니 그분께서 너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시편 4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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