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성탄팔일축제 제5일) 성령님과 일상
하늘에서 동아줄 두 개가 내려와 그 중 튼튼한 줄을 신중하게 잘 골라 무사히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우리 하느님의 구원방식이 아니다. 우리 하느님은 세상으로 내려오셔서 우리를 직접 이끌어 하늘로 데려가신다.
그분은 율법의 제정자요 율법 그 자체이시면서도 인간들이 그것들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부풀려놓은 세상으로 들어오셔서 그 율법의 지배를 받으셨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갈라 4,4-5).”
시메온은 세상 안으로 들어오신 구세주를 알아보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아기에게서 광채가 쏟아져 나왔나, 아니면 특별한 느낌을 받았을까? 성경은 그는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계셨고, 성령께서 그가 죽기 전에 반드시 구세주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고 증언한다(루카 1,25-26).
그는 세상구원이 아니라 우리를 하늘로 이끌어 가실 구세주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평화로이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 그의 평화로운 떠남은 그의 충실한 일상의 연속이고 또 그 결과였다. 평범하지만 충실한 나의 일상은 곧 하느님 약속, 곧 우리와 함께 생활하시는 주님께 대한 신뢰이다. 또한 성령께서 내게 머물러계신다는 증거이기도하다. 나는 썩은 동아줄과 튼튼한 동아줄을 분간할 자신이 없다. 이렇게 앞뒤분간 못하는 나에게는 시험과 모험이 아니라 남김없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안내자가 필요하다. 하느님은 영원한 도움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나를 인도하신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생활한다. 그런 일상이 나의 믿음이다, 아무 것도 안 바뀌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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