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민족화해와일치) 함께 혼자 삶
서로 한 몸이 됨은 불가능하다. 하느님도 우리를 그렇게 하실 수 없을 것이다. 서로 한 마음이 되는 것은 가능해보이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움을 잘 안다. 하느님은 흩어진 당신의 자녀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으시는데 그것은 최초의 사람들이 잃어버렸던 낙원을(창세3,24) 되찾아 가는 긴 영적여정이다.
그곳에는 먹을 것이 풍족하고 안전해서 알몸이어도 부끄럽거나 두렵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늘 부족하고 알몸을 들킬까 불안하고 누군가 나를 공격할까봐 두려운 곳이라는 뜻이겠다. 그래서일까, 사는 게 참 피곤해 보인다. 얼마나 피곤하면 그 무서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이 생기겠나.
자의든 타의든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고 인터넷 세상 속에 빠져 있는 걸 보니, 외로운가보다. 함께 살자니 피곤하고 혼자 살자니 외로운 거다. 그러면 함께 혼자 살면 되지 않을까?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어도 확신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인생은 혼자라는 사실이다. 홀로 이 세상에 와 이러저러한 인연을 맺지만 결국 홀로 떠난다. 친구도, 배우자도, 부모도 이 외로움을 없애주지 못한다. 함께 살아도 외롭다. 누군가 나 홀로 있는 마음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그분은 여린 바람처럼 부드럽게 나를 부르며 말씀하신다. ‘너는 외롭지 않다.’
하느님은 이런 우리들은 불러 모으신다. 한 몸이 되지는 못하지만 한 마음이 되게 하신다. 제일 먼저 나의 외로움과 너의 외로움으로 서로 하나가 되게 하신다. 그리고 용서받고 싶은 마음들에서, 그 다음은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하신다. 이 세상에 사는 한 함께 삶은 그 자체로 어려움이고 동시에 그 안에서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야 해서 도전이다. 그도 나처럼 외롭고, 용서받고 싶어 함을 알면 함께 삶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를 용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해와 인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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