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
여자가 멋진 남자에게 어떤 마음을 갖는지 알지 못하지만,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에게 갖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안다. 신부가 신랑을 맞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신랑이 아름다운 신부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지 알 것 같다.
하느님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신다.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이사 62,5).”
하느님은 나를 보시려고, 나를 만나시려고 문밖에서 기웃거리신다. “그이가 우리 집 담장 앞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고, 창살 틈으로 들여다본답니다(아가 2,9).” 그분은 나의 주인이고 아버지이시지만 당신 마음대로 내 집 문을 벌컥 열고 폭력적으로 들어오시지 않는다. 내가 문을 열어 줄 때까지 문밖에서 기다리신다.
하느님은 나를 이렇게 부르신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 바위틈에 있는 나의 비둘기, 벼랑 속에 있는 나의 비둘기여! 그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를 듣게 해 주오. 그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그대의 모습은 어여쁘다오(아가 2,13-14).” 선악과를 따 먹고 알몸인 것이 두려워 자신을 숨긴 아담을 부르시던 하느님처럼(창세 3,9), 재산을 탕진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둘째 아들을 동구 밖에서 매일 기다리던 아버지의 마음으로(루카 15,20), 은전 한 닢을 찾을 때까지 온 집안을 샅샅이 뒤지는 주부처럼(루카 15,8) 대답할 때까지 나를 부르신다.
나에게 어떤 매력이 있어서 하느님은 나를 이렇게 좋아하고 사랑하실까?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시면 당신 자신도 아닌 아드님의 목숨과 나를 맞바꾸실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저 사람들도 그렇게 사랑하신다. 믿기지 않지만 믿어야지. 닷새 후에 주님께서 오신다. 기뻐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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