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나해 1월 7일 쉬운 계명(+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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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쉬운 계명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해야 한다. 보이는 이웃도 사랑하기 어려운 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다. 하느님을 사랑하면 사랑할 수 없는 이웃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다(1요한 4,19). 하느님이 먼저 당신을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보여주셔서 그분을 알게 됐다. 예수님이 바로 그분이다. 당신 자신을 우리를 위한 속죄 제물로 내어주기까지 헌신적으로 사신 예수님의 삶이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준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억지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송구해서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거다.

 

하지만, 믿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종교 교리일 뿐이다. 자신이 죄가 없다고 하면 예수님의 대속(代贖)적인 삶은 거짓말이거나 박애주의 실천에 불과하다. 간음하다 붙잡혀 온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요한 8,9). 죄 없는 사람은 없다.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역사를 다시 쓰고 싶은 부분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럴 수 없으니 그때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내색은 안 하지만 속으로 후회하고 때로는 괴로워한다. 용서받고 싶고,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위로받고 싶다. ‘네가 나빠서 그렇게 한 게 아닌 줄 안다.’는 말을 듣고 싶다.

 

하느님이 이렇게 해 주셨다고 믿는다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1요한 4,21). 요한 사도는 주님의 계명이 힘겹지 않다고 한다(1요한 5,3). 살짝 충격이다. 다시 생각하니 사랑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니까 어렵다. 앙갚음하고, 받은 만큼 반드시 대갚음해 주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면 사랑은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런 마음들이 나를 어둡게 하고, 내 몸도 무겁고 아프게까지 만드는 줄 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내다 버리지 못한다. 불쌍하다. 누가 내 안에 들어와서 아무 쓸모 없는 그것들을 내다 버려 줬으면 좋겠다.

 

예수님, 주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셨습니다. 하느님 말고는 기대할 게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주님은 기쁨 그 자체이십니다. 그저 믿기만 하면 다 된다고 하셨으니, 저는 주님께서 그렇게 해주실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면 가벼운 몸으로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실패해도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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