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주님수난성지주일) 환호
머리에 재를 맞으며 사순절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순 마지막 주간이다. 지난 사순시기 동안 더 금욕적이지도 더 희생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더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거나 무질서하게 지내온 것은 아닌데 그렇게 느끼는 것은 하느님께 가는 길을 방해하는 훼방꾼들이 다른 때보다 더 많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은혜로운 시기이기 때문에 이를 망치려는 훼방꾼들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시지만 당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권한을 사람들에게 넘겨 주시기라도한 듯이 종의 모습으로 사셨다(필리 2,6-7). 마땅히 섬김을 받으셔야 할 분이 사람들을 섬기셨고 많은 이들을 자유롭게 해주시려고 당신 목숨을 바치셨다(마르 10,45). 사람이시면서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식적인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사셨다. 그분의 인생이 참 사람이며 진정으로 하느님을 닮은 사람의 삶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예수님을 따른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본성을 따르면 편안하고 좋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감방 같은 아주 작은 곳에 갇혀 지내는 것이다. 그 작은 방이 자기 혹은 자아라고 부르는 그곳이다. 칭찬과 인정을 구걸하고 자신을 숨겨주고 보호해줄 피신처만 찾으며 자신의 뜻에 매달려 더 좋고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내 인생의 목적은 내 꿈을 이룸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여 그분과 하나 되어 영원히 사는 것이다. 그 길을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시고 그렇게 사는 법을 몸소 가르쳐주셨다. 그 길이 사랑이고, 사랑은 섬기고 내어준다. 더 자유롭고 완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 길에서 자주 넘어져서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나의 이런 딱한 처지를 아시는 예수님은 친구요 동반자가 되어주시며 도와주시고 그 때처럼 나를 섬기신다. 이런 분이 우리 집으로 그리고 내 안으로 들어오시는 데 환호하여 맞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우리가 하지 않으면 길바닥의 저 돌들이 소리 지를 텐데(루카 19,40), 저 돌들보다 못난이가 될 수는 없지 않나?
예수님, 주님이 하느님께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제 삶의 모범이십니다. 늘 마음뿐 행동은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저를 용서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에서 넘어질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워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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