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주님 세례 축일, 1월 9일)

이종훈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주님 세례 축일, 1월 9일)

 

예수님의 숨은 생활이 궁금하다. 공생활도 물론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는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서 예수님의 생활, 하느님의 마음을 그려볼 수는 있다. 그런데, 공생활 이전, 즉 어린 시절, 사춘기, 청년 시절에 예수님은 어떻게 생활 하셨는지 알 길이 없다. 4복음서 이외의 위경에 그런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또한 신앙으로 채색된 내용이어서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참 궁금하다.

 

예수님은 요르단 강에서 세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부터 본격적으로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셨다. 주님의 세례를 묵상할 때마다 참 부담스럽다. 그분은 왜 죄인들이 행하는 예식에 참가하셨을까? 그분은 죄를 지을 수 없는 분이셨는데… 죄인들의 대열에 서서 당신의 차례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발견한 세자 요한도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 하면서 그분을 말렸다(마태 3,14).” 이에 예수님은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하고 대답하셨다(15절).” 예수님도 당신에게는 죄가 없고, 세자 요한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그분은 죄인들과 함께 계셨다.

 

사람은 죽음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한 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오늘의 그는 어제의 그이다. 예수님의 숨은 생활을 알 수는 없지만, 그분의 공생활을 보면 그것을 짐작하여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세례는 그분의 숨은 생활과 공생활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사건으로 두 가지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전의 숨은 생활의 요약이고, 앞으로의 공생활의 예언이다. 그분은 사람들을 참 좋아하셨다. 언제나 사람들 가운데에 계셨다. 특히 약하고 작은이들과 함께 계시기를 좋아하셨다. 그러니 그분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사이에 계시면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라셨을 것이고,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하시면서 성장하셨을 것이다. 혼자 생각할 줄 알게 되었을 때는 세상의 고통과 불의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기도하셨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고통과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닫기 위해 잠시 수도생활 같은 특별한 생활을 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고통의 현실을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러면서 당신의 사명을 깊이 깨달으셨고, 때가 차자 세상으로 나오셨다. 그리고 그분은 세상 한 가운데로, 사람들 가운데로 돌아오셔서 죄인들과 함께 서 계신다. 예전에 그러셨던 것처럼 그날도 그렇게 서 계셨다. 그분은 늘 그러셨으니 그것은 그분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사람들은 그런 하느님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의 말씀에서 드러난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하느님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셔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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