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4일(부활팔일축제 화요일) 부활은 시작

이종훈

4월 14일(부활팔일축제 화요일) 부활은 시작

 

부모님 두 기일이 함께 있는 4월은 두 분이 더 그립다. 해가 지나면서 그리운 감정은 옅어졌지만 여전히 그립고 때론 울컥하기도 한다. 못되게 군 죄송스러움, 더 잘 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의 그리움 등 이런 것들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두 분이 무덤을 열고 다시 살아오시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죄송하고 안타깝고 그리울 따름이다. 여기서 나의 사랑은 그게 끝이다.

 

복음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처음 뵌 사람이 마리아 막달레나라고 전한다. 왜 성모님이 아니었는지 의아스럽지만 그건 다음에 생각하자. 그는 예수님을 만나 은혜를 입어 일곱 마귀의 지배에서 해방되었다(마르 16,9; 루카 8,2). 그러니 그가 예수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따랐을지 그리고 그분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제자들은 세상이 무서워 꽁꽁 숨어 있었지만 그는 안식일이 끝나자마자 곧장 무덤으로 갔다. 그분의 시신에라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리움, 안타까움, 자책이나 죄송스러운 마음에 실컷 울기라도 하고 싶었을까, 어쨌든 그 모두가 그의 사랑이었다. 거기서 그의 사랑은 그게 끝이다.

 

더 해드리고 더 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그게 사랑의 끝이다. 시신에 향유를 바르고 무덤 앞에서 그리움과 죄송스러움에 우는 게 그의 사랑의 끝이다. 그런 그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타나셔서 그의 이름을 부르셨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를 부르셨다. 예수님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그랬는지 눈물이 눈을 가려 그랬는지 처음에 그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마리아야!” 하고 그를 부르셔서 그는 예수님을 알아보았다(요한 20,16). 그분은 돌아가셨지만 그분과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끝났다고 생각해서 슬펐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 관계를 되살리셨다. 아니 끝난 게 아니라고 일깨워주셨다. 다르게 당신을 사랑하게 해주셨다. 그래서 여기에서 그의 사랑은 계속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게 멈춘 것 같은 요즘 모두가 힘들고 우울하다.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작은 유머와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주고받으며 위로하지만 근본적인 우울함은 가시지 않는다. 전례력으로 부활절은 사순시기의 끝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 삶의 시작이다. 슬픔에서 기쁨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무지에서 지혜로, 자연적인 삶에서 초자연적인 삶으로, 인간적인 사랑에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옮아가는 영적 여정의 시작이다.

 

예수님, 지금은 교리와 원론적인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위로하고 희망을 주려고 하는 말들이 오히려 시끄럽게 들립니다. 그것보다는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게 더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쩌면 말로만 사랑했나 봅니다. 무덤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던 마리아처럼 저희도 그렇게 주님을 사랑할 때인가 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여기서 솔직하게 끝까지 사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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