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붙어있기
불교에서 부처는 깨달은 사람이란 뜻이고, 깨달으면 더 이상 부처님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 주님께 끝까지 매달리고 그분께 붙어 있어야 한다. 삼위일체 하느님 안으로 완전히 쏙 들어갈 때까지 예수님께 붙어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당신과 우리 관계를 포도나무에 비유하셨다. 예수님은 포도나무고 우리는 그 가지들이다(요한 15,5). 가지가 줄기에서 떨어져 나가면 땔감밖에는 쓸모가 없고 붙어 있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잘려 버려진다. 포도를 만들려면 철저히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가 줄기이고 어디부터 가지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가끔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는 스님들의 정진하시는 과정과 그 모습은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다.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 안이하게 수도 생활을 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 그래도 나는 그 스님들처럼 할 자신이 없다. 핑계지만 그런 식으로 수련하면 왠지 더 엄격해져서 마음이 차가워질 것 같다. 그보다는 성전에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던 세리 같은 사람들의 무리 속에 있고 싶다(루카 18,13).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아니면 나에게는 희망이 없음을 안다.
열매를 내는 나무들은 꽃을 피운다. 배꽃이 핀 과수원은 정말 장관이다. 하지만 그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과일나무의 목적은 과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수련하는 목적은 예수님처럼 살고 사랑하며 자비를 베풀기 위함이다. 그 외의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런데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는 있지만 주인보다 높은 종은 있을 수 없다. 예수님처럼 산다고 하느님이 되는 건 아니다. 과일은 과일일 뿐이다. 줄기에 붙어 있어야 과일이 되어 좋은 먹거리가 된다. 나는 나를 구원하지 못한다. 나의 보속과 노력으로 나의 죄를 씻을 수 없다. 그 대신에 용서하신다는 그분의 말씀을 믿어 깨끗해지고 또다시 믿어 열매를 맺어간다.
주님, 주님 안에 머무르려고 그날그날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일용한 양식으로 삼아 마음에 담아 간직합니다. 물건도 자꾸 떨어뜨리고 잊어버리는 일도 잦아집니다. 이런 제가 무슨 수로 저를 완성하고 구원하겠습니까? 염치없다고 해도 어떻게 해서든 주님께 붙어 있고, 문간도 좋으니 주님 집에 있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두 손을 잡고 계시니 성모님의 손을 놓지 않으면 저도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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