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5일 귀찮아도 바꾸기(+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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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귀찮아도 바꾸기

 

고양이들이 제법 컸다. 주먹만 했던 녀석들이 나무 위까지 한숨에 뛰어올라갈 정도로 자랐다. 그 녀석들이 커가면서 그들의 미래에 대한 안건이 공동체 식탁 회의에 올려졌다. 처음에는 어미에게 버림받은 게 불쌍해서 있는 먹거리를 내주었고 사료 값도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먹는 양도 많아져서 사료비를 생각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열띤 토론은 아니었지만 웃으면서 의견들을 교환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가엾은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된 일이 공동체 회의 안건이 되었다.

 

하느님은 우리를 귀찮게 하신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늘 그랬던 마음을 바꾸게 하신다. 그분의 방식은 강압적이지 않다. 그 대신 우리 양심을 두드리시고 연민을 자극하시며 생각과 마음을 바꾸고 그에 따라 일상생활도 바꾸게 초대하신다. 하느님은 이런 일들을 가장 작은 사람들과 가난한 이웃들을 통해서 하신다.

 

기도하는 사람은 경건해 보이고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은 거룩하다. 기도 중에 묵상을 하는지 분심과 잡념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기도가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거룩하게 만든다. 신심이 아니라 실천이 우리를 더 완전하게 한다. 하느님이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루카 6,36).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질문했던 그 율법 교사는(루카 10,25) 교사답게 하느님 사랑뿐만 아니라 이웃사랑도 큰 계명이라고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이웃은 봉사와 자선의 대상이었고, 그 이웃의 범주도 법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에게 예수님은 그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들려주시며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가 이웃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그 율법 교사 안에 정해져 있는 이웃의 범주를 흔드셨다. 그가 편안했던 삶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셨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반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안에도 가엾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마리아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시간을 내고 예산에 없던 경비를 지출하게 했던 게 바로 그 마음이었다.

 

성경에는 가엾은 마음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속이 쓰라렸다.’ 혹은 ‘애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라고 해야 그 뜻에 더 가깝다고 한다. 그 마음은 국적 문화 언어를 초월한다. 그 마음은 한계가 없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그 마음 때문에 삶을 완전히 바꾼 사람들도 있다.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예수님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묵상 없이 굴러가는 묵주알보다 어려운 이웃을 보고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더 거룩하다. 그 눈물보다 주변에서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게 더 거룩하다.

 

예수님, 기도 신심 모두 중요하지만 이 모두 사랑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님은 저희를 아주 잘 아십니다. 그래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가엾은 마음을 통해 저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마음과 사는 방식을 바꾸는 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주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시니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 그러신다고 믿고 그리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늘의 여왕이시니 땅에 붙잡혀 있는 이 마음을 어머니 계신 곳으로 들어 올려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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