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1월 4일 예수님 제자(+mp3)

11월 4일 예수님 제자

당신을 따라오는 많은 군중을 향해 돌아서서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예수님을 따라다닌다고 모두 그분의 제자는 아니었다. 종교란에 천주교라고 적는다고 모두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예수님 제자가 되려면 부모형제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해야 하고,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을 따라 살아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모두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예수님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

수도원에서 살면 그렇게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예수님처럼 무일푼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 외쳤다간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될 것이다. 예수님 제자라고 모두 종교인이 될 필요는 없다. 복음은 성당 안보다는 오히려 그 밖에서 더 크게 선포되어야 한다. 세상 곳곳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복음이 필요하고 모든 게 복음화되어야 한다. 하느님은 모두가 구원되고 어떻게 해서든 당신 집이 가득 차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루카 14,23).

바오로 사도가 필리피인들에게 한 권고에서 참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사는 건지 배운다. 그는 무슨 일이든 투덜거리거나 따지지 않고 한다. 그 안에서 선한 뜻을 일으키시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마음 한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에 주님의 말씀을 굳게 지닌다(필리 2,16). 그것은 나의 모든 선택, 행동, 성찰 등 삶 전체를 주님의 눈과 마음으로 보고 산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을 세상이 좋아할 때도 있고 싫어할 때도 있을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믿는 대로 부르심을 받은 대로 산다. 그것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라면 이웃에게 보이지 않는 도전은 될지언정 피해를 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

예수님, 양다리를 걸치고는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맹목적인 광신자가 되기를 바라진 않으실 겁니다. 주님의 제자라고 이마에 써 붙일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애써 숨길 건 더욱 아닙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그리고 그저 견디어내야 하는 일도 모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저를 구원하시기 위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모님처럼 조용하게 주님의 충실한 제자로 살 게 도와주소서. 아멘.